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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Sep 02. 2020

5세 아이에게 온라인 교육이란?

5살이 온라인 교육을 받고 있다. 둘째가 다니는 영어유치원은 2.5단계 격상으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이틀째다.

워낙 영어유치원 가는 걸 좋아하고 선생님도 수업 참여도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온라인 교육도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남편에게도 걱정 말라고 이야기해두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남편이 사진을 찍어 보내 줬고, 그 사진 속 아이는 마냥 귀여웠다. 남편도 옆에 계속 있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두 번째 수업 시작 전 메시지가 울렸다.

"속 터져. 집중 너무 못하고 대답도 잘 안 하고 목소리도 작아. 흑"

"역시 5세에겐 무리인가. 선생님한테 건의할까?"

"하지 마, 뭘 건의해."

남편의 눈엔 화면 속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중 잘하는 모습인데 우리 아이만 태도 불량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과연 그럴까?

유치원은 Zoom으로 실시간 수업을 30분씩 두 번 진행한다. 계획은 인사할 때만 전체 마이크를 켜고 시작하고, 수업 중엔 필요한 아이의 마이크만 켜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했었다. 실제로 어땠을까? 한 명씩 마이크를 켤 때 받는 쪽에서 수락을 해야 하는데 조부모님이 봐주시는 집은 사용법도 익숙지 않아 시간도 지체되고, 다른 집 마이크가 켜지기도 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전체 마이크를 켜고 수업을 했단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수업 동안 한 할머니가 손주 칭찬을 계속하셨다고 한다. 중앙에서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둘째 날은 시작부터 메시지가 왔다.

"OO이 온라인 듣는 거 옆에서 보니 진짜 속 끓는다. 으~ 태도 -80점." "그리고 어제 그 시끄러웠던 할머니 온라인 집중 못하는 손주 혼내고 있어"

"거봐 다 그렇다니까."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거 보다는 나은 거 같아. 나만 좀 속 끓이면 돼."

"그런가..."


비단 우리 아이가 다니는 영어유치원 말고도 다른 영유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이미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지 꽤 된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 유치원의 사정도 이해는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휴원 하자니 3월 한 달 등원을 미뤄서 생긴 수업일수 결실로 운영에 어려움이 있으리라. 그래서 이렇게라도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료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래도 5세에게는 온라인 교육은 무리이다. 더 다른 대안은 없을까? 하... 없다. 그냥 집에서 데리고 있는 수밖에. 그러니 남편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한듯하다.




'5세 온라인 수업'이라고 찾아보니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많다. 6세 정도는 의견이 반으로 갈린다. 안 하는 거보다 하는 게 낫다는 편으로. 5세에게 온라인은 무리라는 의견이 대세다.

수업료 논란도 많다. 온라인 교육이니 수업료를 50%만 받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80% 받기도 한다고 한다. 나라에서 권장은 실시간 교육의 경우 최대 70%까지 받는 것이라고 하는데 안 지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엄마들은 수업료를 아까워하고 학원 관계자는 온라인 교육에 드는 수고가 더 많으니 수업료를 내리는 게 어렵다고도 이야기한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서로 힘든 시기다. 서로가 조금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남편이 힘들 때 한마디 거들어주고, 하루 종일 육아로 지칠 남편을 위해 최대한 빨리 퇴근하려는 노력 정도가 전부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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