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통장 사용내역
시간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곧 빠져나갈 자동이체 금액을 계산하고
나는 먼저 내 용돈을 사용한다.
띵동, 30분 사용, 사용내역 '명상', '요가'
띵동, 60분 이체, 사용내역 '글쓰기'
띵동, 60분 이체, 사용내역 '책 읽기'
띵동, 30분 사용, 사용내역 '그때그때 다름'
일부는 쓰고, 일부는 저축한다.
곧 출근 준비 금액이 인출될 시간이다.
동작 하나하나에 1초, 1분은
지체 없이 빠져나간다.
출근 후에도 시간 사용 알림이 계속 울린다.
업무, 점심식사, 업무, 저녁식사, 퇴근...
무수히 찍힌 인출 내역들
그렇게 1200여분이 사라진다.
나의 남은 용돈은 얼마지?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잔고는
아이들과 함께 모두 소진한다.
나는 스르륵 잠에 빠져들고,
어느새 통장은 '0'이 찍힌다.
다음날 어김없이 시간이 지급되고
매일 루틴을 반복한다.
조금씩 저축한 나의 시간들은
언젠가 나에게 더 많은 용돈으로 보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