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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Aug 09. 2023

좋소 기업 생생 체험기.2

회사에서 해야 할 일.

당장 하고 싶거나 하는 일도 없고, 집도 가깝고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일단은 가볼까? 하는 마음에 혹시... 2주만 더... 있다가 출근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상관없단 말에 해야 될 일도 하고, 쉴 만큼 더 쉬다 출근을 했다.

그 어떤 이상한 곳일지라도 일단, 한 달만 버티며 다녀보자라는 마음으로..

(출근 전 가장 걱정되는 건 더운 사무실에서 탁상용 개인 선풍기를 틀 수는 있을 까하는 생각이었다... 회식 한 번이 없다는 말이 직원들의 개인시간을 배려한다는 것보단 돈이 아깝다는 느낌이라 대표가 엄청난 짠돌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출근첫날


늦지 않게 일찍 준비하여 출근하였다.
대표실은 내가 앉은자리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면접 때보던 회의실과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하나 없는 통유리로 된 곳이었다.
그 안에는  서서 회의를 할 수 있는 면적이 좁다란 서서 테이블이 하나 있고 대표가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난번 면접  나를 회의실로 안내해주며 볼펜과 설문지를 건네어 주던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직원이 대표에게 미리 말해주지 그랬냐며, 대표에게 눈을 흘기는 핀잔을 주며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고 자신과 마주 보는 자리를 안내하고 낡아 보이는 2018년에 만든 제본 매뉴얼 두 권을 건넸다.


내가 오늘 출근하는 걸 몰랐나 보다...


사무실이 답답하고 더운상황에 눈치를 살피며 책상에 앉고 나서 전 직장에서 쓰던 미니 탁상선풍기는 눈치가 보여 가져오지 못하고 책장에도 쏙 끼어넣을 수 있는 얇고 작은 손선풍기(겸용)를 하나 사 온 것을 틀었다.(무소음)


서로에 대한 인사도 없이 뻘쭘하게 매뉴얼을 멀뚱하게 보고 있는데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나의 이력사항을 대표에게 전해 들었는지 알은척을 하였다.


주변에 앉아있던 여직원  명도 간단히 본인들의 이름을 말해주며 나에 대해 알은척을 해댔다.


모두 기혼자들인 여자 셋은 나에게 나이를 묻더니 두 사람은 자신들의 나이는 비밀이라고 키득거리며 웃고, 등뒤에 한 여자는 자신이 두살어리며 자신은 여전히 이곳에서 막내라며 좋아했다.


사무실은 서로 속닥거리고 타자의 타닥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메신저로 키득대며 떠들어 대는 기분 나쁜 소음이 가득했다.(사실 이들의 나이는 알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첫 직장과 마찬가지로 이번도 첫인상과 분위기가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자기들끼리 모니터를 보고 자판을 치면서 수군대는 상황.)


어느 곳에서 텃세는 있고 전 직장에서도 처음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겪어본 텃세라 이깟 일들로 기가 죽거나 눈치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땐 혈기왕성한 20대라 어려서들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똑같다...)


대표가 면접에 그렇게 입이 마르게 자랑하던 이 좋소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출산휴가까지 다녀온 8년 이상된(2명)와 3년 가까이 된(1명) 여직원들이었다.


내 자리 대각선으로 보이는 눈이 마주치는 옆자리엔 역시 나이가 있어 보이는 개발자 남직원 두 사람이 보였다.

(인사를 할 상황도 인사를 하고 싶은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여직원 셋이 이곳은 개발자들이라 몰라도 된다며 이곳은 패스! 되었다.)



면접에 OJT가 있다고 했는데...


그 오래된 직원들은 매뉴얼 두 권을 보고 있으라는 것과 바빠 보이지 않는 전화를 대신 받아달라는 요청을 했다.


매뉴얼만 덩그런 한 상태에 매뉴얼을 읽고, 서비스에 대해 추가적으로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워드에 질문할 내용을 적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곳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 적이 있긴 한 걸까?

이런 분위기에 얼마 만에 들어오고 버티다 나갔을까?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여직원은 세 사람을 말고는 오래 다녀간 사람은 없어 보였다.



이곳에 여직원은 세명.

나중에 자신들끼리 하는 소리를 들어 나이를 대충 알았지만, 내 나이 기준으로 볼 때 내 앞사람은 두 살이 많았고, (차분한 외모와는 다르게 상당한 말발.) 내 바로 등을 맞대고 앉은 사람은 두 살이 어리고(회사에 대한 불만이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많음.) 그 옆은 다섯 살이 많았다.(혀 짧은 소리, 성격의 기복이 심하고 성깔 부리는 일이 심함.)

모두 한마디로 어디 내놓아도 드센 걸로는 한가닥 해 보였다.


내 등뒤에 앉은 나보다 두 살 어린 여직원은 말투도 퉁명스러운 데다 눈에 띄게 뺀질거리고 업체에 통화하는 소릴 들으니 전화예절의 기본이 안 돼서 CS교육을 직접 시켜주고 싶었다.

(참고로 나는 회사의 메인은 CS라는 생각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아직까지 직접 강의를 뛰진 않았지만, CS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통성명 없이 서비스문의 전화를 받자마자 그냥~ !라고만 바로 말하거나 다짜고짜 그냥~ 말씀하세요!!라고라고 바로 말하는 건 기본이었고 상대방에게 다짜고짜 신경질과 짜증을 내는 것도 다반사였다.


앞자리에 여직원에게 회의실에서 잠깐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내가 일하던 업계가 궁금한지 질문을 해댔다.

복지는 어떤지... 인센티브는 어떤지... 본인이 궁금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정말 당황스러운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이 회사는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 청소!

매주 월요일 점심을 먹고 난 후 사무실 전체 청소를 직원들이 직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 볼 때도 그런 소린 없었는데...


점심시간 사무실 전체 소등과 에어컨끄기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무실 불들을 모두 소등하더니 에어컨을 꺼버렸다.


첫날 점심시간은 두 살 어린 여직원은 잠을 자고 쉬겠다고 하여, 오래된 두 명의 여직원을 따라 회사 앞건물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는 가는 도중에 두 애엄마들의 왜 결혼을 안 하냐라는 질문이 쏟아졌고, 굳이 초면에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지 않아 비혼주의라고 말하며 말을 줄였다.


사람이 많거나 줄이 긴 상태도 전혀 아닌데, 갑자기 한 사람이 자신의 카드로 대신 결제 하더니 자신의 카카오페이로 이체를 하라고 했다.(본인 카드 사용실적을 올려 그달의 카드사 캐시백 혜택을 받기 위한 것.) 


초면이고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는 그냥 내것은 내가 결제하고, 이체하기도 싫은데... 나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행동하는 부분부터 별거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졸지에 카톡까지 등록하는 사이가 되었음)


자리에 앉자마자 밥숟가락을 놓을 때까지 이 회사에 왜 왔느냐 전에 다니던 회사는 어땠냐는 물음이 이어졌다.

그쪽 업계는 텃세가 심하다는데 텃세가 뭐냐부터 어떻게 하는거냐부터~~


그도 그럴 것이 이분들은 이 회사가 사회생활의 전부나 마찬가지였을 테니 궁금했을 것이다.


갖가지 질문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점심시간이 끝나 버렸다.


점심을 먹자마자 그녀들은 이 회사는 점심시간이 칼 같다며 열두 시부터 한시까지 정확히 지켜야 한다며 얘기해 주었다.


딱 1시가 되자 사무실에서는 에어컨을 끄고 모든 창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어 회사창고에서 진공청소기(3대)부터 대걸레(5개), 손걸레까지 빨아가며 전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사무실을 쓸고 닦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쓰레기와 일회용 쓰레기도 직접 분리수거해서 가져 다 버리고 화분에는 물도 주었다.

(80평 사무실.)


그러고 자세히 보니 책상자리마다 쓰레기통이 없다.

나중에 이유는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첫날이 지나고...


둘째 날, 출입문은 열려있으나 컴컴한 사무실.

30분 일찍 출근하여 자리에 앉고 조금 있으니 보란 듯이 앞자리에 앉은 오래된 여직원이 창문을 모두 열기시작하며 출근하면 문을 열고 환기부터 시켜야 된다고 했다.


매일 출근후 해야 하는 일

사무실 환기를 위한 창문열고 닫기.


아홉 시가 되기 십분 전쯤이 되자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을 켜기 시작했다.


오전시간에는 회의실에 들어가 잠깐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들에 대한 소개를 듣고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진짜 별내용이 없었고, 이날은 내 뒤에 앉은 나보다 두 살 어린 여직원과 다섯 살 많은 여직원과 역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밥 먹는 내내 두 살 어린 여직원은 쉬지 않고 대표의 흉을 보기 시작했고, 듣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서인지 급체를 한 데다가 신경성 위염까지 겹쳐 쓰리고 아픈 배를 부여잡고 간간히 화장실을 찾으며 남은 시간을 버텼다.


퇴근을 하면서 회사 일층에 있는 약국에 들러 약을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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