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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신 10월을 예약합니다

새 책이 꽃이 되어 피어날 겁니다

by 은후

시월에 피어날

책을 위한 씨앗



봄인지 겨울인지 헷갈리는 바람이 불던 날, 예술창작지원공모 선정 결과의 명단에서 내 이름이 오른 것을 발견했다. 걸친 두텁지 않은 겉 옷감에 저도 체온에 닿고자 바람이 파고들던 저녁이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다.


이번 창작지원을 통해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을 기회를 얻었다는 소식은 여전히 꿈처럼 아득하다. 이는 내 안에서 잠들어 있던 이야기를 깨우고, 세상과 나눌 다정한 응원의 손길이다. 고마움과 벅찬 감정이 샘솟는다.


지난해, 합격의 기쁨을 안고도 외부의 압력으로 대학원의 꿈을 닫아야 했던 나는 올해 다시 그 문을 두드렸다. 수강 과목은 단 둘 뿐이지만, 매주 쏟아지는 과제는 부캐를 병행하며 숨 가쁜 나날을 만든다. 학기 초 강의계획서에 예고된 제출 기한을 놓치면 아찔한 순간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나는 다리가 저릿저릿하게 깨달았다.


중간고사가 코앞인 주, 바깥 스케줄과 내 안의 혼란 속에서 두통을 앓던 시간을 보내다 데드라인 한 시간을 앞두고 과제가 떠오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가 부랴부랴 제출한 후에야 해동되어 진땀이 흘렀다. 별안간 맞닥뜨린 다급을 요하는 졸이는 시간은 무에서 유를 쥐어짜 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긴박한 순간에도 생존 본능은 나를 글쓰기의 전장으로 이끌었다.


와중에도 노트북 한구석의 일정표에는 수필집 출간이라는 꿈이 은은히 빛난다. 아직 원고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지만....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점부터 마음을 다잡아 퇴고에 몰두할 작정이다. 빼곡한 글자들 사이에도 여백이 숨 쉬는 문장으로 삶의 고민과 희망을 조금이라도 담고 싶은 열망이 있다. 과거와 현재를 조응하며 미래를 기다리는 이야기를 한 편 더 얹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


재단의 지원은 이 여정의 든든한 동행자이다. 물질적 도움뿐 아니라, 내 창작을 믿고 지지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 나만의 글을 세상에 펼칠 수 있다는 설렘은 재단이 채워준 씨앗이다.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다시 시작한 창작문예과 과정도 어찌 보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축복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꿈이 있어 한 글자씩 쌓아가는 그 자체가 스스로 자처한 새치지만 염색하면 되니까 뭐.


시월의 햇살이 날아가기 전에 새 책을 손에 쥔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면 과제도 즐겁다. 창작지원공모는 창작자에게 희망이다. 이는 창작자의 씨앗을 꽃으로 피우라는 격려이다. 세상과 연결되는 다리이다.


이런 공모 사업을 공모하여 기회를 잡으면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책을 출간할 수 있다.




⚘️ 이 글을 찾아준 독자님!


망설이지 말고 펜을 들어요.

당신의 이야기가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 거니까요.




☘️ 올해 시월의 내 마음은 커피가 아니라 생수이다. 운동한 후 마시는 물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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