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위한 숨고르기
나에게는 ‘바닥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불안이 있다. 그래서 생활비도 내 기준에서 얼마 정도는 항상 남아야 하고, 내 능력도 밑천을 보일 수 없다며 전전긍긍한다. 뭐랄까.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면에서 ‘스페어’처럼 비상시 쓸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만 어떤 일이든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발생하기도 전에 미리 걱정하는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겠다.
각설하고,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한 뒤에도 어느 정도 저장된 글이 있어야 이전 글을 발행했다. 그리고 새 글을 또 열심히 써서 다듬으면 빈 곳간에 보리쌀이라도 쟁인 듯 든든했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매주 약속을 정해서 글을 올려야 하는 연재를 쉽게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다른 작가님들은 참 스펙터클하고 의미도 있는 사건들을 잘 풀어내시는데, 어째 내 삶은 항상 공허하고 재미가 없게 느껴졌다. 그러다 작년에 상담을 마친 후, 회피하고만 있던 ‘나’라는 존재를 마주한 뒤 밑도 끝도 없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갑자기 시작 버튼을 눌렀던 이번 연재, 나는 ‘엎질러진 물을 닦듯’ 매주 글을 썼다.
솔직히 스스로를 그리 어여삐 여기지 않는 내가 ‘나’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퍽 즐거울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쓰다 보니 내 과거를 다시 보고 추억하는 시간이 많아 좋았다. 막판에는 ‘호’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불호’만 떠올라 고생을 했다. 역시나 나는 좋아하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것이 많은 다소 비관적인 사람인가 보다.
중간에 나의 ‘호’나 ‘불호’가 다른 사람들 눈엔 조금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은 것은 어째 글을 쓸수록 조금 단단해져서였다. 나는 그저 조금 다를 뿐이고, 그냥 그렇다고 인정하고 남들에게 드러내도 괜찮다는 걸.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좀 더 확실히 확인받는 느낌이었다. 설령 남들이 들이대는 그 잣대에 조금 부족하다고 해도.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 그래서 뭐!
내가 누군지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도 명확히 알아서 그 정도는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주관과 삶의 방향을 명확하게 정했지만, 그것을 남에게는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것을 말뿐 아니라 경청하는 자세로 실천해서 상대가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
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부족함에 민망해지는 마음과 좀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가진 ‘자산’은 결코 적지 않다. 나는 힘들었고, 늘 소심했고, 작아졌지만 내 힘으로 정직하게 돈을 벌었으며 남에게 빌어먹지 않았다. 결혼 후에는 남편과 우격다짐했지만, 지금도 서로에게 맞지 않는 부분을 갈아가며 맞춰가고 있는 중이다. 육아에서도 우당탕탕 버벅거리며 부딪히지만 항상 나아지고자 고심한다.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조심스럽게 남들에게 드러낼 수 있는 내가 되도록 노력할 테다. 또 기회가 된다면 내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 중 하나를 좀 더 제대로 연재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비루한 제 글을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