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AI 바우처 사업을 마무리하며
2021년도 AI 바우처 사업의 결과가 지난주 확정되었다. 정확히는 작년 10월 최종 평가 결과 '미흡' 판정을 받고 이에 대한 보완 과업 진행과 소명 등을 위한 제재심의를 마무리한 결과이다. 다행히도 추가 제재 없이 성공적으로 종료되었기에 회사 입장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I 바우처 사업도 다른 정부과제와 유사하게 결과가 기대했던 수준에 현저히 미달하거나 과정상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은 경우 등은 금전적 환수, 추가 사업 참여 제한과 같은 제재를 받는다.)
재직 중인 회사는 21년 AI 바우처 지원 사업에서 공급기업으로 참여하여 2건의 과제를 진행하였는데 그중 한 과제에 대해 '미흡' 결과를, 다른 한 과제는 '양호' 결과를 받았다. 미흡 판정 과제가 추가 제재 조치 없이 무사히 완료되었지만 회사에 남은 건 레퍼런스뿐인 것 같다. 물론 B2B 기업에 레퍼런스는 소중한 자산이 분명하지만, 이를 위해 감내해야 했던 참여자들의 정신적 피폐함, 기회비용과 같은 무형의 재무적 손실 수준이 과연 적절했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프로젝트 회고를 내부적으로 하긴 했지만 실패에 대한 배움이 보통 다소 인색하다 보니 어딘가에나마 왜 우리가 힘들었는가에 대한 진솔한 목소리를 개인적 생각의 갈무리를 해 두고자 한다. 왜 우리는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을까? 동일한 회사가 공급기업으로 진행을 한 두 가지 과제 중 하나는 무난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다른 한 과제는 혹독한 과정을 겪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크게는 3가지 요인을 꼽고 싶은데 바로 '과제 설계', '미흡한 역량', '과도한 기대'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원인은 과제 설계의 미흡함이다. 미흡 결과를 받은 사업은 수요기업(=고객사)의 비즈니스, 실제 풀고자 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설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데이터, 평가와 검증을 위한 지표, 운영 반영 관련 시스템 연계 등 예측 모형 개발과 비즈니스 적용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상당 부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사업수행계획서에 반영이 되어 있었다.
과제 설계는 프로젝트의 성공과 기한 준수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업임에도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AI 프로젝트의 경우 특히 업무 스콥 정의 이전에 고객사의 데이터를 확실히 분석하기가 어렵고 데이터의 품질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 모델링 과정에서도 새로운 실험 설계와 시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결국 무리한 계약 추진과 실제 딜리버리간의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프로젝트는 풍성한(?) 이슈의 향연을 맛볼 수밖에 없다.
물론 최초 AI 바우처 사업 선정을 위해서 제한된 시간과 정보에 기반하여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업수행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함은 이해하나, Auto ML 솔루션과 같이 사용자가 활용에 필요한 제반 지식이 많이 필요한 제품의 경우 딜리버리 서비스가 단순한 전달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에 악성 프로젝트가 되지 않도록 줄타기를 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딜리버리 조직의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해당 조직의 리드와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매력적이면서도 딜리버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과제 설계가 매우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본 과제는 그러한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미흡한 과제 설계는 향후 수개월간의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수요-공급기업 상호간의 제품/서비스 전반에 걸친 이해 수준 차이와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불러일으켰고, 공급기업은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수요기업은 예측 모델 개발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과도한 기대로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