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AI 바우처 사업을 마무리하며
이전 글 요약 (정부지원사업 회고 - Part II)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은 두 번째 이유는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트렌드 - 예측 모형의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운영 적용 - 를 잘 확인하지 못한 제품 기획에 기인하였음
세 번째 이유는 머신러닝의 결과물에 대한 수요기업의 과도한 기대감 때문이었고 최초 프로젝트 설계에서 이러한 기대치 관리를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였음
역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적절하지 못한 과제 설계 부분이었다. 모든 업무가 그러하지만 주어진 제약사항(납기, 예산, 리소스)으로 합의된 결과물을 전달해야 하는 프로젝트성 업무에서 방향성 설계는 전체 업무 난이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금번 바우처 사업에서는 이러한 유기적 연계가 부족하였고 이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장치를 향후 프로젝트를 위해 추가하였다.
세일즈 단계 및 딜리버리 리소스 현황 공유
당사 제품은 계약 후 딜리버리 서비스가 필수적이고 세일즈와 딜리버리의 연계가 체계적일 필요가 있었다[1]. 특히 영업 과정 중 정보의 투명한 공유와 주요 의사결정을 통해 잠재적인 딜리버리 리스크를 잘 컨트롤해야 했으나, 해당 영역은 담당자들 간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에 올해부터는 세일즈 단계를 정의하고 딜리버리 리소스 요청을 위해 세일즈에서 참조할 수 있는 리소스 현황을 공유하였으며, 동시에 요청을 위해 제공해야 할 최소 정보 및 절차 등의 프로세스를 마련하였다.
프로젝트 리뷰 공식화(+문서화)
대부분의 회사가 겪는 기록의 문제 - 기록과 관련한 6하 원칙 자체가 부재 - 로 인해 당사 역시 지난 수년간 프로젝트 히스토리가 증발되어 있었고 리뷰 또는 회고와 같은 액션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프로젝트 리뷰를 공식화하기로 하였고 관련 활동들을 진행하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복잡한 방식 대신 간단한 AAR(After Action Review) 형식의 리뷰를 도입하였다.
딜리버리 서비스 정형화
딜리버리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론[2] 정립을 통해 고객과의 과제 설계 협의를 공식적으로 확정하고 세일즈 역시 이러한 과정을 숙지하도록 하였다. SOW, Staffing Map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하여 세일즈 파이프라인 상 딜리버리가 참여/논의/의사결정해야 할 구간, 프로젝트 및 변경 관리 등에 대한 계약 사항, 관련 내용의 서비스화와 프라이싱, 대고객 머티리얼 등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긴 하지만 하나씩 준비를 해 나가며 운영 상황에 맞춰나가는 중이다.
일단 올해를 지나 보며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가장 주요하게 지켜보려는 부분은 문서화 결과와 잡음 없는 프로젝트 납기 준수 여부, 세일즈의 딜리버리 서비스 관련 지식 함양 정도이다. 또한 위와 같은 장치들은 업무상 귀찮음을 동반하기에 1년 정도 시간을 들여 내부적으로도 업무방식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요청과 설득의 과정을 거쳐나갈 예정이다.
시장의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 개선 방안은 몇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게으름으로 인해 실제 액션으로는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단순히 게으름 외에도 사내 커뮤니케이션(=언어) 문제 등 회사 전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이 있는데 이럴 때마다 급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뒤로 미뤄 왔던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한번 이 부분을 개선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잡게 된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잘 노력해 봐야겠다.
세일즈와 함께 정기적으로 고객 방문 및 사용자 인터뷰 수행 → 필수 신규 개발 요소 협의 w/ 고객
시장 조사 및 경쟁사 제품 연구 → 제품 발전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 도출
(특히 머신러닝의 비즈니스 적용과 관련한 부분)
AI 바우처 사업은 인공지능 분양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국가적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 진행 중인 사업이다. 예산의 규모도 해가 갈수록 증가되어 2022년 사업은 전년 대비 75% 증액된 총 98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연구개발 분야의 과제와 달리 사업화 성격의 과제인지라 수요기업도 공급기업도 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혜택을 받고 의미 있는 결과물들도 창출되며 업계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사업에 대한 평가와 관리에 있어 좀 더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점들이 있다. 특히 한번 정하면 변경이 불가능한 목표 설정[3]이라던가 수개월간 진행한 프로젝트의 평가에 30분도 소요되지 않는 것과 같은 구조적인 부분들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정부지원사업의 취지에 따라 더 많은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끔 해야 하겠지만 때로는 가능성 있는 기업들과 파급력이 큰 사업에 대해서는 더 큰 규모의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도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지원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면 사업 준비 기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감은 어떨까 싶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사전에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매칭 및 과제 설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 둘 수 있다면 후속 관리/평가 등에 있어서 많은 문제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 당사의 패키지 솔루션은 통계와 머신러닝에 대한 기본적 이해, 과제 발굴과 디자인을 통한 비즈니스 효과 창출, 내부 조직으로의 확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도입 후 그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직장인(=현업)들은 본인이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새로운 기능을 익혀 업무를 개선하는 과정을 또 다른 일로써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당사의 제품은 판매 과정에서 딜리버리 서비스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세일즈와 딜리버리 과정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수적이다.
[2] '방법론'이라는 단어가 거창한 들리겠지만 업무 하는 방식의 체계화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누구나 방법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분석단계를 거쳐 설계한 요구사항이 그나마 의도했던 대로 구현될 가능성이 있는 IT 프로젝트와 달리 보통 머신러닝 관련 프로젝트는 데이터 현황을 보지 않고서는 정량적 숫자로 결과에 대한 감을 잡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좀 더 수요기업의 사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형태로의 유연한 목표 설정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