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다이닝
한 해가 저물어갈 무렵, 전라남도 나주에서 특별한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을 마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뜻하지만, 내가 파인 다이닝을 경험한 장소는 가정집이다.
우리 부부와 함께 종종 만남을 가져온 이 부부는 '파인 다이닝 앳 홈(fine dining at home)'이라는 재미있는 코스 메뉴를 기획했다.
저녁 6시 정도에 집을 방문하니 식탁 위는 이미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는 상태였다. 우리 부부는 그 옆에 가지런히 놓인 수제 메뉴판을 읽으며 한 차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익숙한 풍경에 새로움이 더해지니 궁금함과 기대감이 한껏 치솟았다. 메뉴 구성은 다음과 같다.
애피타이저_상큼한 레몬즙으로 숙성시킨 광어 세비체 & 쫀득쫀득 고소한 치아바타와 수제 감자수프
메인 디시_각종 야채와 함께 구워낸 연어 파피요트 & 겉바속촉의 맛,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
디저트_제철 과일과 올리브유로 풍미를 더한 아이스크림
특별한 날에 주류를 빼놓으면 조금 섭섭하겠다. 그래서 준비된 산토리 위스키와 앱솔루트 보트카. 원하는 주류에 토닉워터를 황금비율로 섞어 슬라이스 한 레몬을 넣고, 각자의 앞에 맛있는 하이볼 한 잔씩을 준비했다. 우리는 네 개의 잔을 부딪히며 반갑다고 인사한다.
광어 세비체와 연어 파피요트, 슈바인학센과 올리브유를 뿌린 아이스크림은 모두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둘만의 익숙한 식사 자리도 편하고 좋지만, 다른 사람들과 만난다는 건 이러한 이점이 있다. 새로운 경험을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특히 작은 세계가 점차 확장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건강한 관계에서 오는 외부 자극을 통해 생경한 맛을 맞이하고, 해석하고, 마침내 기꺼이 받아들이는 과정들을 통해 나는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다.
친구들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는 수고로움에 일일이 미안해하는 건 큰 실례다. 우리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그저 그 자리를 감사하게 만끽했다. 모든 코스의 그릇을 싹싹 비우고, 달큰하게 취기가 오를 때까지 맛있게 술을 마시면서.
좋은 인연으로부터 나의 세계가 무한히 확장되고 있음에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