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싫었다. 뻔한 꽃이라 싫었고 엄마가 어디에선가 듣고 온 '너는 물 없는데서 핀 장미 한 송이래'하는 사주도 싫었고 그냥 5월은 장미가 많이 피는 달이라 아무렇게나 한 말이 아닌가 싶고 로즈데이는 또 무슨 난리인가 싶고 아무튼 왠지 별로였다.
근데 어느 순간 좋다. 물 없는데서 핀 장미 같다는 사주도 어쨌든 꽃이라 좋고 뻔한 꽃이 동네방네 만발한 5월 중순이 좋다. 5월 13일은 내 생일이고 5월 14일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장미를 주고받는다는 날이고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인 것까지 좋다. 왠지 나를 위하는 주간 같아. 5월 13일에 물 없는데서 핀 장미로 태어나서 교사가 된 나를 계속계속 특별하게 해주는 날들 같다.
날씨가 좋고 장미가 고운 5월이다.
생일이 뭐 별거냐 하던 시기를 지나서 한 해를 더 살아낸 것은 축하할만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축하해 나 자신!
내가 왜 이런 꼴을 보고 있어야 하지? 싶으면서도 그런 꼴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이 직업의 축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엄마. 자식 키우기 난이도는 완전 가챠야. 엄마는 운이 좋았던 거고. 언니? 언니는 원래 언니였던 거고 엄마 아빠의 성향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 거라고 생각해. 언니는 (가끔 성질부릴 때 힘을 쓰기는 해도) 평상시의 도전행동이 없잖아. 힘들기는 해도 이야기가 되잖아. 언니의 상대적으로 온화한 성질도 엄마 아빠를 닮았어. 나는 그 점이 너무 짜증 나고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