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길을 간다. 단, 네 거 가지고"

카페에서 풀 사이즈 키보드를 두드리는 '힙'한 엄마의 사정

by 은혜정

"아들아, 너는 너의 길을 가라."

"나는 나의 길은 간다."

"단, 네 거 가지고. "


수정과 한 모금을 마시고 테이블을 보니 '어라, 내 물건이 하나도 없네?' 핸드폰 거치대라 불리는 태블릿 거치대와 블루투스 키보드, 아들 대학 이름이 박혀 있는 보조배터리.


아들의 업그레이드로 밀려난 제품들 덕에, 엄마는 중년의 나이에 태블릿 거치대에 핸드폰을 올리고 블루투스 키보드로 글을 쓴다.

누군가 카페에서 태블릿 거치대와 큰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나다.


이 사진에 찍혀야 할 핸드폰이 이 사진 찍느라 바쁘다.


힙(Hip)이 별 건가. 이게 힙이지.


군에 있는 아들에게 물어본다.

"00아! 엄마 이거 써도 돼?"

"네. 다 쓰셔도 돼요. 전자제품은 가끔 써 주는 것이 좋으니까 안 물어보고 다 쓰셔도 돼요.”


대답은 저렇지만 양심상 최신상은 건드리지 않는다. 최신상이 아니어도 나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는 모습, 나름 힙하지 않은가. 힙과 주책은 한 끝 차이라지만, 눈 찌푸려지지는 않잖아.


“어머 저 여자 좀 웃기네.” 소리에 ‘힙’ 한 숟가락 얹었을 뿐이니까.


장비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아이의 삶도 함께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라면서, 엄마는 너의 발자국을 조용히 따라가 보련다. 무사히 군 복무 마치고 다시 만나자. 엄마는 그동안 엄마의 길을 가고 있으마.


단, 네 거 가지고.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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