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하길 바라며 살아간다.
행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행복을 위해 소비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sns에 올리고, 소확행이라는 말처럼 일상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나선다. 마치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물론 행복하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이고 좋은 상태이다. 이 세상에 불행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만큼 행복이란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를 입안에 머금었을 때처럼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고 사람을 밝게 만들어준다. 그렇기에 어쩌면 행복을 좇는 건 필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감정들은 다 필요가 없는 걸까?
인생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과연 그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대학교 때 심리 수업을 들은 적 있는데 그때 감정일기라는 걸 썼었다. 작은 수첩 하나를 들고 다니면서 매일매일 어떤 상황에서의 내 감정을 그저 써 내려가는 일기였다. 그저 일기를 쓸 때의 시간을 쓰고 그때 느껴지는 감정만을 나열한 일기들.. 그 일기를 수업 시작 전에 발표하는 게 매 주의 과제였다. 그렇게 매주 내가 한 주간 느꼈던 감정들을 읊고 있으면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었나? 싶을 때도 있다. 나는 내가 꽤나 긍정적이고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써 내려간 감정들을 보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았다. 한 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했으며 하루에도 감정이 롤러코스터 타듯이 오르락내리락 한적도 많았다.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나는 더 행복을 잘 느꼈던 게 아니었을까?
가끔 행복을 추구하는 걸 보고 있자면 너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차피 인생은 행복할 수만은 없다. 행복한 감정이 존재한다면 그와 반대되는 감정들도 존재한다. 슬프고 우울할 때 행복하고자 노력하면 공허함만 쌓일 뿐이다. 슬플 때는 철저하게 슬퍼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외면할수록 터지지 못한 감정은 곪아서 자신을 더 아프게 할 뿐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자신의 슬픔과 우울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