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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Sep 15. 2023

살면서 우리가 남겨야 하는 것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를 읽고

요즘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쓴 책이라는 정보만 얼핏 보고는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거의 400여 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우리의 정서에는 익숙하지 않은 부고전문기자의 글이라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방향이 좀 다른 책이었다. 부고전문기자를 하며 느꼈던 죽음에 관한 통찰과 어떤 강력한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책이려나 했었다.
작가는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가까운 누군가의 부고를 직접 써보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장중한 무게감이나 심각함 없이 매우 캐주얼하게 부고에 대해 풀어가고 있다. 부고를 쓰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설명하다가 다른 이들의 삶과 부고를 소개하기도 한다. 부고 전문기자를 하며 만났던 삶의 여러 조각들과 장면들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다 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례 문화가 지나치게 경직되고 무거운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웃음이나 유머 등이 전혀 허용되지 않고, 아름답고 행복했던 추억조차도 눈물과 비탄 속에 그저 묻혀만 있지는 않은 것인지 하는 생각.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살아감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나 부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신문에 부고를 낼 일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또한 가족들과 친지들에게는 소중하게 오래 기억될 굉장한 이야기임을 다시 한번 말해주는 책이었다.


난 가끔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내 장례식 때는 내가 만든 음악 앨범들을 틀어 놓고 함께 들어주면 좋겠다고. 내가 좋아했던 맛있는 와인을 마시며 나와 함께 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혼자 살다 보니 가끔 가족들에게 장난처럼 이런 유언들을 던질 때가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유언을 제대로 써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나의 부고장을 직접 써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부고를 쓰기 전 작가가 던진다는 3가지 질문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앞으로 이 질문을 마음에 품으며 남은 삶에 좀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남기기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보자는 다짐을 한번 해보았다.


 “살면서 우리가 남겨야 하는 진정한 기념비는 묘비가 아니라 행동”-  P.216
 
 “삶은 대부분 특별함이 아니라 일상으로 채워져 있지만, 특별함을 추구하는 데 일상이 방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 p.339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p.s. 이 글은 출판사측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보도자료 없이 제 생각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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