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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May 14. 2024

부동

마음이 동하지 않음이 아니라 몸이 움직이지 않음.

+ 의무와 책임 없이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상태.


쉬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몇 차례 쉬어 봤지만 두어달만 지나면 원복되는 컨디션에 약간의 꺼림직함도 있어왔다.


쉰다고 하면서도 어디서 연락오면 거절하지 않고 미팅을 잡고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런 대화를 하고 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대부분의 미팅을 통해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집에 돌아와서 한참을 아이디어로 가득차 혼자 생각에 빠져 지내곤 했다.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 모두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무엇을 해야될 것만 같은 정체불명의 의무감.

쉬고 있는 동안에도 적어도 생각은 계속 해야 한다는 의무감.


그렇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든 집에 돌아와서 알 수 없는 조급함 혹은 불편함을 느꼈던 거 같다.

아마도 습관성 강박이었을 것이다.


쉰다고 했지만 회사만 나가고 있지 않을 뿐 머리로는 늘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이 의무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마땅히 지금 나 자신이 견뎌야 하는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내가 해야 될 일들이고 자세라고 여겼다. 쉬는 시간 동안에도 말이다.

이것이 쉼이 맞을까.







언제나 꿈에는 일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래서 매일 무엇을 해야 했었고

누구를 만나든 일에 대한 영감을 얻었고

쉬어도 사람을 만나는 것에 무방비였던,

일정이 있는 매일, 한주, 한 달 그리고 일 년이 익숙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 오다 보니

쉼의 기간이 끝나도 쉰 것 같지 않은 느낌.

혹은 금방 다시 지치고


쉴 때는 잠시 꿈도 잊고

그저 자연을 바라 보거나

일과 관련 없는 책들을 읽어 보거나

하루를 온전하세 느껴 보는

부동의 시간.



단절은 아니지만

적어도 강박이 없는 온전한 시간이야말로

파랗고 맑은 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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