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을 보며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을 봤다. 영화 속 정영희는 '못생긴 애', '괴물', '똥 걸래'라 불린다. 러닝타임 내내 그녀의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어, 관객은 끝내 그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러다 엔딩 장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의 사진이 등장한다. 그녀의 얼굴은 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얼굴이 괴물이라고?
그 장면은 질문을 남긴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걸까. 그리고 동시에, 나의 오래된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어릴 적 나는 늘 '못생긴 애'였다. 거기에 '눈 찢어진 애'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엄마는 늘 걱정이 많았다. 자신이 머리를 너무 세게 묶어줘서 내 눈이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자책을 했고, 커서 꼭 쌍꺼풀 수술을 해준다고 말했다. '못난이'라는 말은 이름처럼 따라다녔다.
초등학교 때였다. 학교가 끝난 뒤 남자아이들이 집 앞까지 따라오며 "눈 찢어졌대요~" 하고 노래를 부르며 쫓아왔다. 집에 와서 대성통곡했다. 그때부터 나는 스스로 진짜 못생겼다고 믿기 시작했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학에 가서도 소개팅이나 미팅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겁이 났다. 또다시 웃음거리가 될까 봐.
엄마는 항상 나의 못생김에 죄책감이 있었을까. "쌍꺼플 수술해 줄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결국 그 약속을 지키려 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제천에 하나밖에 없던 파*성형외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쌍꺼풀 상담을 받았고, 그때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술하나 안 하나 큰 차이 없어요."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 말은 이상하리만큼 깊이 박혔다. '나는 정말 못생겼구나.'라는 확신만 더 단단해졌다.
그러다 친구 J를 만났다.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타난 J는 눈에 띄게 예뻐져 있었다. 그 병원이 어디냐고 물었고, 서울 압구정이라고 했다. 엄마에게 말하자, 당장 상담을 받고 오라며 돈을 쥐여줬다. 친구 O의 자취방에 머물며 성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내 얼굴에 선을 그으며 설명했다. 어떻게 변할지, 얼마나 달라질지. 나는 처음으로 상상했다. '예뻐진 나'를.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여기는 쌍꺼풀 하면 더 예뻐질 수 있데. 그런데 쌍꺼풀 말고 앞트임도 하고 지방도 빼고 해야 돼서 비용이 좀 비싸." 엄마는 바로 얼마냐고 물어봤다. "이백오십만 원이래." 엄마는 흔쾌히 돈을 계좌로 보내줬다. 다음 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전의 내 얼굴 지금 공개하라면 솔직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 얼굴이 정영희보다 나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지 쌍꺼풀과 앞트임, 약간의 지방 제거였지만 변화가 컸다. 무엇보다 어깨가 다시 펴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졌다.
문득 생각했다. 나 역시 정영희가 될 수도 있었던 건 아닐까. 사람들은 왜 그녀에게 그렇게 잔인했을까. 단지 얼굴 때문이었을까.
영희는 임영규(남편)에게 말한다.
"당신이 따뜻하게 대해 주니깐 용기를 얻은 거예요. 당신 덕분에. 당신은 나를 못생기게만 보지 않으니깐."하지만 영규는 그녀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멸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굴이었을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마음이었을까. 아름다움과 추함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남편은 가끔 농담처럼 나에게 말한다. "쌍꺼풀 하기 전이었으면 안 만났을 수도 있어." 웃어넘기지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는 수술 전의 내 얼굴을 안다. 그 말은 농담일까, 진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