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31. 월 / 청소 일을 하며
걸래가 수북이 담겨있는 세탁바구니를 들고 어린이집 교실 문을 열고,
교실 안 화장실 안에 있는 세탁실로 향했다.
그때 뒤에서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놀이 소리와 함께 한 선생님이 "선생님!" 하고 불렀다. 설마 나를 부르는 소리는 아니겠지 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교실 안에는 세 분의 선생님이 있으니까 그중 한 분을 부르는 거겠지라고 여겼다.
다시 "선생님!" 하는 소리가 들렸다.
교실 안 화장실 문을 열면서 그 선생님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선생님 교사 화장실에 손 닦는 티슈가 없어요."
반사적으로 말했다.
"티슈가 높이 있어서 제가 꺼내질 못했어요."
말을 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그건 나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늘 눈에 보이면 채워 넣었고, 보이는 일이 있으면 모른 척하지 않았다. 쓰레기가 떨어져 있었으면 주웠고, 물건이 제자리를 못 찾고 있으면 다시 놓아두었다. 글루건으로 붙일 것들이 있으면 빌려서 깔끔하게 붙여 놓았다. 청소 일을 하고 있지만 하찮을 일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개운하게 일했다. 청소하러 왔으니 청소하면 되는 것이라 여겼다. 구태여 자존심을 세우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 일이 있기까지는.
화장실 변기 닦다가 토할 것 같은 순간이 있어도
하수가가 막혀 화장실 바닥의 물이 한강이 되어 걸래로 물을 몇 십 번씩 흡수해 닦아내야 했어도
묵묵히 했다.
그런데 그날, 그 선생님의 말과 눈빛에서 하대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전부는 아니었다. 눈빛이 그랬다. 너무 주관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 느끼지 않았으면 지나갔을 일이다.
그 선생님은 자주 보는 분도 아니다. 나는 오전에 출근해 1시에 퇴근하고, 그 선생님은 1시 30분에 출근한다. 그날은 1년에 한 번 회식 날이라 오후에 출근했고, 그래서 마주쳤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들고 가고 있는 사람을 두 번씩이나 불러 세워 화장실에 티슈 없다고 말하는 저의는 무엇일까.
나는 "제 담당 아닌데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왜 "키가 작아서요."라는 변명을 했을까.
나의 바보 같은 태도에 더 화가 났다.
그 이후 그 선생님은 티슈를 가지런하지 않게 들고 와 신경질적인 태도로 놓고 갔다. 그날 내 기분이 별로라 그렇게 보였던 걸까.
지금까지 일하면서 이토록 자존심이 상한 적은 처음이었다. 모멸감이라고 할까. 앞치마 입고 청소하는 사람이니 "선생님 화장실에 티슈 없어요."라는 말에 나는 냉큼 "네. 갖다 놓을게요." 했어야 하는 걸까. 그 선생님이 원한 건 그거였을지도 모른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내 담당이 아닌 걸 그 선생님이 모를 이 없다. 단지 자신이 하기 싫었기에 만만해 보였던 나를 불러 세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격지심인가
열등감인가
나는 바보인가
나는 하찮은 일을 하고 있는 건가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는 건가
이 나이 먹도록 이런 거 하나 대처를 못하나
나는 지금 자기비난으로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