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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Sep 12. 2024

제발 연습은 연습답게 하자!


"책 읽은 소감 스피치 1~2분 해주세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얼굴로 살아가는 어기와 어기 옆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모두 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라고 말을 시작했다. 



갑자기 첫번째로 시작한 터라 핸드폰 알람을 맞추지 못했다. 거기다 긴장한 터라 시간이 얼마 정도 흘렀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1분 정도 해야지 마음먹었기에 말은 빨라졌고, 마무리는 이상했다.



"30초밖에 안 하셨네요. 말 빨리 안 해도 돼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강사님의 피드백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부끄러워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어제 독서토론 심화 과정 2강 수업이 있던 날이다.



채팅 창에 책 읽은 평점을 올릴 때 왜 내가 제일 먼저 4.5점이라고 올렸을까. 처음 올리면 처음 발표해야 하는구나. 다른 사람 스피치하는 모습 좀 지켜보게 천천히 올릴걸. 언제까지 이렇게 긴장하고 떨어야 할까? 언제쯤이면 이런 불안이 나아지는 걸까? 좌절했다.



이 이후로 다른 사람들의 스피치와 독서 토론이 진행되었다. 그때부터 비교가 시작되었다. 다들 저렇게 편안하게 잘하는데, 나는 어쩌자고 이렇게 못 하나. 나의 속도는 매번 왜 이렇게 느리게 가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어쩜 느려도 느려도 이렇게 느릴까. 속이 탔다. 너무 속상했다. 수시로 나를 다독이고 괜찮다고 나아질 거라고 하는 나였지만 어제는 그게 도저히 되지 않았다. 토론 내내 의기소침해 있었다. 내가 과연 이 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마무리한다고 해서 실전에 나가서 강사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이렇게 연습하라고 깔아준 자리에서도 덜덜 떨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 현장에 나가서 어떻게 할 수 있지? 내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사실 아직도 이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말과 글이 늘 평이하기만 하다. 늘어놓을 줄만 알지 요점 정리도 안 된다. 초등 학령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랄까. 늘 제자리걸음을 걷는 나에게 더 이상 나는 해 줄 말이 없었다. 



필사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4년이 지났고, 필사 모임을 3년 차 진행하고 있다. 이런 횟수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강사님이 중간중간 지속해서 말씀해 주셨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어떤 분들은 1~2강 만에 적응하시는 분이 있고, 어떤 분은 7~8강이 끝날 때쯤에 적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처음부터 잘한다고 해서 이 길을 계속 가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끝까지 하는 사람들이 남는다는 말을 해 주셨다. 경험을 쌓아 나가다 보면 할 수 있다고. 연습하는 거라고. 그래, 그렇다면 나는 끝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잘은 아니어도 끝까지 꾸준히는 하는 사람이니깐. 남들 앞에 서는 게 긴장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 견디고 있다. 논제 만드는 실력도 미흡하고, 스피치 실력은 더 부족하고, 토론 진행은 널을 뛰지만 좌절하면서도 나는 계속을 할 것이다.



지금 이곳을 연습의 장이라 여겨야 하는데, 평가의 장이라 여기는 나를 발견했다. 평가라 여기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평소와 다른 내가 툭 튀어나온다. 어제 첫 시작부터 좌절감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스피치 이후 발췌문을 읽고, 토론할 때는 모든 것을 놔버렸다. 차라리 그게 더 나았다. 그제야 차분해졌다. 토론 수업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한 템포 업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고 회로가 정지되고,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여 버벅거렸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 우리 딸아이에게 늘 하는 말이면서,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잘하려는 욕심이 마음을 경직시키고 말과 사고까지 얼어버리게 했다. 



연습이야, 연습!! 제발 연습은 연습답게 하자!



어제 중간에 정신을 차리고, 강의를 녹음했다. 혼자 듣고 또 듣고 하면서 연습해야지. 이것도 무리하지는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천천히 가자. 지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니깐. 멀리 가고 싶지? 그러면 그냥 지금을 조금 즐겨. 자꾸 더 잘하려고 하니깐 즐길 수가 없잖아. 조금만 더 힘내보자. 그리고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뭐. 매번 어떻게 잘하니. 하다 보면 되는 거지. 덜자 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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