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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Oct 29. 2024

타인의 시선으로 망설인 일

<안나카레니나 2, 톨스토이>를 읽으며

지난주 <안나 카레니나 1부>를 다 읽었다. 이번 주부터는 <안나카레니나 2부> 시작!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까? 안나의 이야기보다 돌리의 이야기에 자꾸 시선이 간다. 아무래도 결혼 생활과 육아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생활과 밀접하기에. 불륜을 하게 된다면 안나와 브론스키에게 시선이 많이 갈까? 연애를 하게 된다면 레빈과 키티에게 시선이 가고? 사람들은 자기와 연관된 것에 마음이 가닿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3부 5장까지 읽기

레빈의 형이 레빈의 시골 농장으로 휴식을 취하러 왔다. 시골 농장이 삶의 터전으로 사는 자와 휴양 차 시골에 온 자의 시선은 하늘과 땅차가 난다. 또한 정치의식이 없는 사람과 정치의식이 있는 사람의 차이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시골 살이를 동경하지만 농촌의 삶을 조금 맛보며 잘란 나는 그곳에서 삶을 꿈꾸지 않는다. 단지 레빈의 형 세르게이 이바니치 코즈니셰프처럼 휴양하는 걸 원한다. 가끔 캠핑 가서 자연을 즐기 듯. 정치에는 관심을 전혀 두지 않고 지금의 삶에 안주하고 내 코앞 밖에 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아직 레빈 같은 프레임에 갇혀 살아가는 것 같다.




<33쪽> '육체적인 운동이 필요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성격이 완전히 망가지고 말겠어.'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형과 사람들 앞에서 풀베기를 하는 게 아무리 거북한 일이라 할지라도 꼭 하고 말리라 결심했다.


질문 1)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누군가의 시선으로 망설인 적이 있나요?


둘째를 낳고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베이비시터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베이비시터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는 것조차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그 상황에서 내가 제일 잘해 낼 수 있는 그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씩 차근차근해 나갔다. 베이비시터 강의를 듣고, 영유아 놀이지도사를 딴 후 만 1세 아이들 놀이 시터를 하러 다녔다. 이때라고 남의 시선이 신경 안 쓰였을까? 솔직히 많이 쓰였다. 우리 딸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부잣집 아이들의 아이들을 봐주러 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자존심을 많이 내려놔야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놀이 시터를 하러 가서 아이와 마주 앉으며 모든 시름을 잊었다. 그저 아이와 재잘거리며 노는 게 행복했고, 그 일에 만족감이 컸고,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자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보육교사를 공부해서 어린이집에 가서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중간에 그만두고 나오긴 했지만 그 당시 나의 열의를 나는 잊을 수 없다. 아마 그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망설이다가 도전하지 않았으면 이런 자부심을 다시는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놀이 시터를 시작할 때, 남들이 하찮은 일이라 여길 거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마음을 달리 먹었다. 그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조차 힘겨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보는 일을 하찮은 일이 아니다. 그 어떤 일 보다 대단한 일이고, 자신을 내려놓고 오롯 그 아이만을 봐줄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진심을 다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걸 아이들을 통해서 배웠다. 아이들 눈을 통해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38쪽> 이제 그의 일에서 그에게 커다란 만족을 안겨 주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창 일을 하는 동안, 그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까맣게 잊게 되고 갑자기 일이 쉬워지는 순간이 찾아들곤 했다. 바로 그 순간에는 그가 벤 줄이 치트가 벤 풀처럼 고르고 훌륭해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억해 내고 더 잘해 내려고 애쓰는 순간, 그는 노동의 힘겨움을 고스란히 느꼈고 줄도 비뚤비뚤해지고 말았다.


질문 2) 최근에 몰입한 경험에는 어떤 게 있나요? 


주 3회 요가원에 나간다. 요일별 수업이 다른데 월요일은 인요가, 화요일은 소도구 필라테스, 금요일은 아쉬탕가가 진행된다. 이 중 강도가 가장 높은 날은 금요일 아쉬탕가를 하는 날이다. 내 몸의 한계를 확인하는 일이랄까, 아니면 내 몸에 도전하는 날이라고 해야 할까. 몸에 고통이 찾아오지만 이날 몰입도가 가장 크다. 아쉬탕가를 하고 나면 몸과 마음에 있는 찌꺼기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다. 금요일 수업을 마무리하고 집에 가는 길, 그렇게 몸과 마음이 가볍고 행복할 수가 없다.

레빈도 풀밭을 다 베고 집에 돌아가는 길 이와 비슷한, 아니 나보다 더 큰 쾌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요즘은 매주 금요일이 더 기다려진다. 아쉬탕가 하러 가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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