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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나 Sep 05. 2020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합니다

이제부터 비교하지 않기로 해





나는 칭찬을 받으면 작아졌다. 누가 칭찬이라도 하면 부끄러워 손사래를 쳤고, 칭찬이 더 이어질 것 같으면 화제를 돌렸다. 물론 칭찬받으면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과대 포장일 수 있으니 주의하시라고, 얼른 귀띔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예쁜 포장지를 구해서 잘 포장해두었습니다만, 열어보면 별 거 없을 수 있음을 주의 바랍니다.

  

"저보다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도 많고, 훨씬 능력 있고 돈 많이 버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뭐."


목표를 이루고 원하던 일을 하며 살고 있었지만,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고 있었다. 특정인을 두고 경쟁심을 품었던 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비교 대상이었다. 더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 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 더 좋은 집에 살고 있고 돈이 많은 사람들, 결혼과 출산을 모두 마친, 삶의 궤도에서 나보다 앞서있는 듯 보이는 친구들.


휴대폰을 열면 SNS에서는 사람들이 누굴 만나고, 뭘 먹고, 어디로 여행을 갔는지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화면을 스크롤해 내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비해 내가 한없이 느리게 느껴졌다. 뭐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나 지금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괜히 급해졌다.


점점 피곤해지고 있었다. 의식적으로라도 비교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야무지고 똑똑한 사람들과, 더 스타일이 좋은 사람들, 더 일을 잘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나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조급해지는 흐름을 끊어야 했다.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었다.


처음에 시도한 방법은 카톡 친구 목록 숨기기였다. 인간관계를 정리하려는 건 아니었다. 소식이 궁금한 친구가 있다면, 리스트에 들어가 그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찾아보거나 직접 연락을 하면 되니까. 빨간 불이 켜져 있는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을 눌러보고 상태 메시지를 읽으며 보내는 시간이 사라지자, 다른 사람들의 삶에 주의가 분산되는 일이 줄었다.


그 다음엔, SNS 어플을 지웠다. 이 방법 역시 효과가 있었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줄었고, 이유 없이 뒤처지는 듯한 느낌도 조금씩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작아지려 할 때면, 과거의 나와 비교를 하기로 했다. 10년 전, 5년 전, 1년 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고,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감정과 이해의 깊이는 얼마나 깊어졌는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성장한 폭을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기특해졌다. 그리고 쉽지 않았음에도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나에게 고마워지기도 했다.


내가 몇 년 전에 적어 놓았던 일기나 짧은 메모 등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5년 전의 나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3년 전에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늦은 저녁 대학원 수업이 끝나고 마음이 답답해 혼자 지하철 네 정거장을 걸으며 고민했던 시간들, 차분하되 늘 호기심 넘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날들을 돌아본다. 그때의 고민과 노력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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