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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Mar 21. 2020

브로크백마운틴

산을 닮은 사랑이야기.

                                                                          수채화, 펜



때는 바야흐로 13년전에 나와 내 친구는 중학생 신분으로 이 영화를 보러갔었다. 의도는 영 좋지 않았다.
호기심이 넘치다못해 터져나오던 시절, 우리는 ‘특정 부분’ 을 보기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나는 기대하던 부분이  짧았기에 실망스러워하며 영화의 대부분을 지루하게 보았다. 그렇게 이 영화의 내용이 뭔지도 기억도 못한채로 13년이 흘렀다. 그러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오브 파이를 보게되었고 그의 전작인 브로크백 마운틴도 생각난 김에 다시 보았다. 일단 감상을 말하자면 13년전의 나는 정말 멍청했다. 이런 명작을 두고 겨우 불건전한(?) 눈요기나 하려고했다니.

내용은 1960년대 미국 , 잭과 애니스라는 두명의 젊은 카우보이들이 브로크백 마운틴 에서 양떼들을 먹이고 방목하는 일을 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들은 사랑하는 서로를 뒤로한채 가정을
꾸리게 된다. 하지만 애니스를 못잊은 잭이 애니스의 집으로 만나자는 엽서를 보내고 둘은 결국 4년만에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밀회를 가진다. 그렇게 20년간 아슬아슬한 밀회를 가지다 언제나 미적지근한 태도의 애니스에게 질려버린 잭은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잭은 애니스대신 다른남자와 만나다 동성애를 목격한 보수적인 농부들에게 맞아죽게된다. 애니스는 평생 자신만을 바라보다 죽은 잭의 방을 둘러보다  처음 그들이 만났을때 입었던 자신의 옷이 잭의 옷과 겹쳐저 걸려있는것을 보게 된다. 애니스는 그 옷을 자신의 옷장에 걸어놓고 잭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잭을 평생 그리워 하며 사랑할 거라고 맹세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과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를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보수적이고 냉담한 현실속에서 자신답게 살지 못했던 두 사람. 그로인해 주변도 , 자신들도 점점 비극으로 치달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외면하지도 온전히 사랑하지도 못한채 살아간다. 아마 외면하기엔 너무나 강렬하고 사랑하기엔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잭은 사랑할 준비가 되었던 반면  우유부단하고 동성애에 대해 공포감이 있었던 애니스는 그나마 잭과 자신이 행복해질 기회도 놓쳐버린다. 잭이 죽은 후 애니스는 잭을 그리워함으로써 그들의 사랑을 이어가려한다. 모든 사랑의 끝이 행복은 아닐 것이다. 잭과 애니스의 사랑처럼 상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끝맺는 사랑도 있는 것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겉에서 보기엔 아름답지만 그 안엔 험준한 산맥과 맹수들이 숨어있다.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사랑을 한 잭과 애니스 처럼. 산에서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산을 닮은 사랑을 했던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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