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피임이 왜요. 이거 오픈해야하는 주제인데. ㅠㅠ
(출처 - 구글)
며칠 전의 일이다.
클리닉에 어떤 환자가 한 명 왔는데, 얼마나 고집이 세면 카운슬러가 리커버리까지 와서는 제발 이 환자 좀 설득해보라며 Chinese nurse 한 명에게 부탁을 하고 갔다.
상황을 들어보니 환자는 20대 초반의 환자인데 이미 클리닉에 여러 번 왔던 히스토리가 있는 우리가 소위 부르는 Frequent flyer였다.
예전에 썼던 글에 있다시피, 우리 클리닉에선 환자들이 수술을 하기 전 카운슬러와 상담을 하고, 또 중요한 상담 요소중 하나가 바로 Future method of contraception이다. 많은 환자들이 수술과 함께 피임약을 시작하거나 또는 수술 시 아예 Intra-uterine device를 피임방법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난 환자들에게 post-op instruction을 설명해두고 디스차지를 볼 때에도 See ya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마음속으론 그들이 다시는 이 클리닉에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특히나 이렇게 1년에 두 번, 또는 1년에 한 번씩 몇 년 동안 연속해서 이 클리닉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씁쓸하면서 내가 어디까지 간섭해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환자는 중국계 환자였는데, 대부분의 아시안 환자들처럼 피임약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인공적인 호르몬으로 생리를 조절하고 피임효과를 내기 때문에) 카운슬러가 그렇게 설득을 하려고 해도 싫다고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 두 번째로 추천했던 게 자궁 안에 집어넣는 IUD였는데, 이것도 당연히 거부.
카운슬러는 엄마 같은 마음에 리커버리까지 찾아와서 그 중국인 널스에게 이 환자 좀 설득해보라며 쫒아왔던 것이다. 근데 웃긴 건 이 환자가 이렇게 클리닉까지 온 건 여러 번이지만 매번 Unprotected intercourse를 할 때마다 Morning after pill을 먹었다는 것이다. Morning after pill (= Emergency Contraceptive Pill)은 한국에서도 꽤 이슈가 되었었던 사후피임약인데, 이 사후 피임약은 평소에 매일 먹는 피임약에 들어있는 호르몬의 몇 배가 들어있어서 이게 더 몸에 안 좋은 건데... 이걸 여러 번 먹었다니... 근데 피임약은 거부한다니....ㅠㅠ 왜 이러세요....ㅠㅠ
아무튼 그 중국인 널스와의 길고 긴 실랑이 끝에 다음 생리주기 때 팔 안쪽에 심는 피임방법 (임플라논) 을 하기로 결정은 했는데.... 환자가 과연 돌아올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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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이 싫다면 제발 콘돔이라도 썼으면 좋겠다. 정말 내 동생 나이도 넘어서서 1995년생 이후 아이들이 오면 진짜 얘네를 어찌해야 할까... 싶다.
제일 충격받았던 게 2000년 생 환자를 봤을 때. 아놔.... 그때의 충격과 공포. ㅠㅠ
성교육이 이렇게 개방적인 호주에서도 매일매일 20-30명씩 환자들을 본다. 한 번은 그렇다고 치고, 두 번부터는 내가 다 속상해진다.
왜 자신의 몸을 이리도 돌보지 않는 것인가. ㅠㅠ 껄끄러운 주제라 사실은 쓰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올려야 할까, 누군가 읽기는 할까.
그렇지만 나라도 이렇게 오지랖을 좀 떨면 그래도..... 한 번은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