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쪼꼬맹이 Oct 08. 2015

"어디 병원에서 근무하세요?"

보통 제가 저  간호사예요,라고  말하면 많은 분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시는 질문입니다. 

"어디 병원에서 근무하세요?"


사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쩐지 큰 종합병원이 아닌 작은 클리닉에서 일한다는 게 조금은 창피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일하는 곳은 그냥 작은 클리닉이 아니고, Abortion clinic (Day surgery) 이거든요. 호주에서는 낙태가 합법이고, 제가 살고 있는 Victoria 주는 제가 알고 있기론 가장 늦은 시기까지 낙태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어요. 


뭔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작은 동네에 간판도 없이 숨어있다거나,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을 것 같지만, 저희 병원은 정말 바쁩니다. 평균 하루에 25명 정도의 환자분들이 수술을 하시고요. 인종도 나이대도 다양합니다 (....). 이 클리닉은 제가 졸업 후 처음으로 간호사로 일을 시작한 저의 첫 직장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물론 피임 관련 컨설팅, Sexual health education, 그리고 정관수술도 하지만 정관수술은 그리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Termination of Pregnancy가 저의 클리닉 주 업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수술실과 Recovery (수술 후 회복실)에서 근무하고 있고, 환자들이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실로 환자분들을 옮겨서 케어 하는 게 제 주 업무입니다. 임신했다는 것 말고는 정말 건강상에 전혀 문제가 없는 환자분들이기 때문에, 큰 병원 병동 업무와는 일이 비교도 안 되기 훨씬 쉽다고 할 수가 있죠. 사실 그래서 처음에 일을 배우면서도 내적인 갈등이 심했습니다. 영주권도 아직 안 나온 제가 일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일인데, 제가 생각하고 꿈꿔왔던 Nursing이 아닌 전혀 다른 케어를 하고 있다는 게 저를 조금은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다른 많은 친구들이 간호사로 취업을 못 해서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거나, Nursing home에서 케어러로 일 할 때 저는 간호사로 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ㅠㅠ


일에 많이 적응하고 익숙해진 지금, 늘 드는 생각은  "안타깝다"인 것 같아요. 성교육에 굉장히 개방적인 호주임에도 불구하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해서 수술을 받고, 또 어찌 되었든 환자의 부모님이나 파트너에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을 테니까요. 그리고 각각의 사연들이 때로는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하더라고요. (보통 환자분들은 오시면 의사선생님을 보고, 피검사, 소변검사, 그리고 마지막에 수술 전에 counsellor들과 상담을 합니다. 카드에 간단히 왜 수술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수술 후의 피임법까지 상담받는 게 절차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클리닉에서 일한다는 게 조금은 불편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환자분들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걸 느끼기에 이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날 까지 열심히 일 하려고 해요. :)


.

.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역시,

여러분.... 피임은 정말 중요한  거랍니다. ㅠㅠ 

특히 여자분들, 자기의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거예요.... 여러분은 소중하니까요.ㅠㅠ

매거진의 이전글 호주에서 간호사로 취업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