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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개발자 Feb 22. 2020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 김민식

김민식 PD님, 혹시 박새로이 아니세요...?

    <한계선>

                                        박노해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

    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시이다. 

작가님의 인생에 대한 태도를 잘 표현해주는 것 같고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의 박새로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인생에서 한계를 만나면 작가님은 여행을 떠나신다. 해외 여행뿐만 아니라 동네 걷기, 산 오르기도 작가님 한테는 여행이다. 


" 삶의 재료는 시간이고, 좋은 삶을 만드는 건 좋은 습관입니다.

좋은 습관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주고, 나를 성장시킵니다. 

여행을 통해 꾸역꾸역 나의 경계를 넓혀갑니다. " 


<걷는 사람, 하정우> 라는 책을 재밌게 읽은 경험이 있다. 

나는 걷기 싫어서 버스타고, 자전거 타는 데 하정우님은 몇 시간 동안 걷는 것을 어쩜 이리 좋아하실까?! 하여 신기했었다.

이 책의 작가님도 걷는 것을 참 좋아하신다. 물론 자전거도 엄청 좋아하신다.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여러 나라와 지역의 걷기 코스, 자전거 코스도 정말 유익했다. (나중에 도전해봐야지~) 

코로나 때문에 주 3회 가던 요가학원이 운영을 중단하고, 집에서 겨우겨우 간단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끼고 걷거나 자전거 타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걷기의 매력을 느끼고 나만의 걷기 코스를 개발해보고 싶다. 



MBC의 노조 부위원장으로 계시면서 미움받고 유배도 당하고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오셨지만 작가님은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신다. 나이 50을 넘어서도 설레는 일을 찾으시고 그게 새로운 직업이든 여행이든 도전하신다. 


그 모습이 참 멋있게 느껴졌다. 나도 평생 설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여행하면서 삶을 배워가시는 모습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나도 작가님처럼 결혼과 육아를 하게 되어도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고

여행을 권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 나온,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글도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_< 

너무 좋아서 리디북스의 '텍스트로 공유하기' 한 것을 여기 복붙! 



세월이 흘러 저도 청춘 시트콤의 연출이 돼 <뉴 논스톱>을 만들게 됐어요. 초반에는 시청률이 신통치 않았어요. 게다가 출연 중인 배우가 갑자기 빠지게 됐어요. 제작진은 난리가 났지요. 당장 다음 주부터 새로운 배역을 투입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었어요. 오디션도 하고 프로필도 뒤져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연기자가 없는 거예요.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몇 시간 동안 회의를 했는데 답이 보이지 않아 다들 지쳤어요. 그때 누가 “밥 먹고 합시다!” 해서 다 같이 나가서 저녁을 먹었어요. 당시 여의도 MBC 인근 설렁탕집에 갔는데 TV에서 <인기가요 BEST 50>이 방송되고 있었어요.

    마침 순위 소개 시간이기에 요즘은 어떻게 하나 관심을 갖고 봤어요. 어떤 신인이 나와서 순위를 소개하는데, 귀엽고 깜찍하고 재밌는데 심지어 유머 감각도 뛰어나 웃기기까지 했어요. ‘오홋, 저런 친구가 다 있네?’ 저녁 먹고 돌아와 담당 PD에게 연락을 했죠. 순위 소개하는 친구가 누구냐고. 그날 밤 11시에 바로 회의실로 불러 오디션을 봤어요. 작가와 연출진이 만장일치로 합격점을 줬고, 바로 그다음 주부터 투입됐어요. 그게 바로 장나라예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장나라를 청춘 시트콤에서 전격 기용한 이유가 뭘까요? 저는 순위 소개하는 장면을 보고 느꼈어요. ‘아, 저 친구는 대본을 잘 외우나 보다’ 신인을 캐스팅하면 대사를 못 외워 속 썩이는 친구가 많거든요. 장나라 씨는 적어도 그럴 것 같지는 않았어요.

    장나라 씨는 원래 대형 기획사에서 아이돌 그룹 데뷔를 하려고 했는데요. 멤버로 발탁되지 못했어요. 할 수 없이 작은 회사로 옮겨 솔로로 데뷔를 했지만, 음반 반응이 신통치 않아 고전하고 있었어요. 그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순위 소개 코너 진행을 맡긴 거죠. 다른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팬들의 박수갈채 속에 노래할 때, 자신은 크로마키 천 앞에 서서 50곡의 순위와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을 일일이 외워 최대한 깜찍한 표정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아마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그럼에도 장나라 씨는 열심히 했어요. 그 순위 소개가 시트콤 출연으로 이어지고, <뉴 논스톱>에서 재미난 연기를 선보인 덕에 가수로서의 경력도 성공궤도에 올랐어요. 지금은 가수로도, 배우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요. 배우가 되기 위해 순위 소개를 한 건 아니지만,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주기도 해요.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와요. ‘난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싶어지는 때 말이지요. 기차를 잘못 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해요. 엉뚱한 기차를 탄 나 때문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여행의 동반자가 되는 거지요. 기왕에 잘못 탄 기차, 느긋하게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가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요. 그 기차 여행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 뜻밖의 풍경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인생의 주인이 돼 모든 것을 결정하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사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십몇 년을 공부하고 준비했는데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는 나를 받아주지 않고, 어쩌다 취직한 곳이 꿈의 직장이 아닐 수도 있어요. 딱히 달아날 곳도 없어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내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줍니다. ‘이 기차가 아닌가봐!’ 하며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대신 기왕에 탄 열차, 여행을 즐기는 거예요.

    매년 초가 되면 우리는 결심을 하지요. ‘올해는 영어 공부를 하겠어.’ ‘올해는 다이어트를 하겠어.’ ‘올해는 자격증을 따겠어.’ 저는 새해 목표를 따로 세우지 않습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 그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열심히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계속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고,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언젠가 직업이 될 수도 있어요. 안 되면 또 어때요? 좋아하는 일을 실컷 했으니 그것으로 된 거죠. 인생은 대충대충 삽니다. 대신 하루하루는 열심히 알차게 살아요.

    진짜 행복한 사람은 행복이 무엇인지 신경도 안 쓸 거예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고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즐거운 하루하루가 이어져 언젠가는 행복한 삶으로 완성되기를 희망합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순위 소개를 하는 건 아니에요. 여행 작가가 되기 위해 유배지 발령을 자원하는 사람도 없고요. 하지만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로 데려다줍니다. 그걸 믿어야 삶의 모든 순간이 즐거워지고,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요.

삶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입니다.





나 스스로 뿐만아니라 진로를 고민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있다. 

(내 주위에는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 대학원 석사 과정을 하며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친구들, 이 직장이 나에게 맞는 직장인가 고민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다)





'이태원 클라쓰'라는 웹툰과 드라마에 박새로이가 있다면,

현실세계에는 김민식 PD님이 있다.


저에게 묵묵한 감동과 가르침을 준 가상인물 박새로이님과 현실인물 김민식PD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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