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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오늘 생각 9

by 은진

참 이상한 일이다.

학교에서 특별한 일을 겪은 것도 아니건만, 어릴 적 읽었던 오싹오싹 공포체험의 영향일까?

꿈에서 학교가 나온다? 99.99% 악몽이다.

뒤집어, 악몽을 꾼다? 그 배경이 되는 것도 대부분 학교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악몽은 딱 세 가지 종류다.


1. 공부를 안 했는데 갑자기 시험이란다. 설상가상, 시험이라는 사실을 나만 몰랐다.


2. 볼일이 급해 화장실에 갔는데 너무 무섭거나 너무 더러워서 들어갈 수가 없다. 단 한 번도 시원하게 성공한 적이 없다.


3. 귀신이 등장하거나 귀신을 암시하는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는 찐 학원 공포물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학교 건물을 무서워한다.

대낮의 북적이는 학교에서도 화장실만은 어두침침하고 고요하므로 역시나 묘한 공포가 스멀스멀 느껴진다. 뭔가 뒤를 잡아챌 것만 같은 은근한 공포 말이다.




얼마 전 아이 학교에서 열린 강연에 아이와 함께 참석한 일이 있었다. 저녁 무렵 작된 교육은 8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제공해 주신 작은 생수를 거의 다 비운지라 7시를 지나면서부터 쭉 화장실에 가고 싶 상태였다.

그냥 집으로 간다면 참아볼 수 있을 정도였지만,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으므로 상가보다 훨씬 깨끗한 학교 화장실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가 친절하게 본인 교실이 있는 층 화장실로 안내한다. 심지어 복도는 어둡고 사람이라곤 없었다. 곤란하다.

"나도 다녀왔는데 뭐가 무서워?! 그냥 가!"

"아니, 아니, 아니 절대 못 가!"


세상에, 너무 무섭잖아! 어두운 복도의 화장실에 들어가라니 악몽의 재구성 인가 싶어 줄행랑을 치듯 계단으로 향했다.


아들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열심히 계단을 내려오니, 오! 1층 복도가 드라마틱하게 환하다. 그리고 구석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교직원용 화장실은 비어있지도 않았다.

그제야 안심이 되어 아이를 환한 복도 화장실 앞에 세워두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생전 다녀본 적 없는 남녀공학 학교, 교복을 입은 내가 보인다. 한동안은 이리저리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수업시간이 다 되어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 왜 여기 있어? 오늘 27일이잖아!"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나는 지금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 곧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학교를 벗어나야 할까? 그러면 괜찮아질까?

모두가 걱정과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린다.

어떻게 해야하지? 누구라도 제발 날 좀 도와줘!


엄마! 배고파, 밥 줘!




*꿈이란 참 신기한 것,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미 나는 다 알고 있더라. 꿈속의 나는 그날 그곳에 있어선 안 되는 거였어. 교실의 모두에게는 각자 학교에 나오면 안 되는 날이 정해져 있었어. 누가 정했는지는 몰라. 하지만 그 날짜에 학교에 있다는 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지는 알 것 같았어. 아무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듯, 곧 다가올 끔찍한 일을 상상하며 두려움에 떨었지.

밥 달라는 아이의 목소리가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었어.

나는 그 목소리 덕분에 절체절명의 순간 꿈에서 깰 수 있었어, 어찌나 무서웠던지 꿈에서 깬 뒤에도 가슴이 한동안 두근두근하더라.

어때? 꽤 오싹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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