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19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니 온갖 바이러스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안 그래도 여기저기 기침 소리가 가득하다는 소리를 연일 하던 터였다.
출근한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드문 일이라 가슴이 철렁하는데 역시나다.
몸살 기운이 살짝 있어 검사를 했더니 A형 독감이더라며 주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온갖 복잡 미묘한 감정에 어질어질하다.
걱정이 밀려든다.
미안하게도 아이걱정이다.
살이 찌지 않는 체질에 키 크는데 에너지를 다 빼앗겨서인지 눈물 나게 마른 아이는 하루만 아파도 피 같은 몸무게가 1kg씩 줄어든다.
어릴 적엔 폐렴이나 유행성 감염병으로 입원도 여러 번, 약을 먹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다른 사정도 있고 해서 겨울엔 늘 긴장상태다.
아이가 먼저 걸리면 아이에게 옮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엄마는 간호하느라 붙어있다 보니 거의 옮는다) 지내지만 이렇게 어른이 먼저 걸려버리면 일이 더 복잡해지는 거다.
아침에도 독감 조심하자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아빠가 먼저 걸려올 줄이야...
올 초에도 독감이 낫자마자 아빠에게 옮은 폐렴으로 고생을 했었는데 설마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아닌지 걱정과 함께 (솔직히 말하자면) 화가 났다.
차를 가지고 다니자니 가뜩이나 멀고 긴 출근길, 더 힘들어질 거라며 싫단다. 이도 맞는 말이다. 강요할 수는 없지만 나만 애 걱정을 하나 싶어 괜스레 마음이 뾰족해진다.
남편 걱정은 이런저런 생각이 한차례 지나간 뒤에야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픈 것과 피곤한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 아픈 거 아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오히려 짜증을 부리는데 십중팔구는 내 예감이 맞았다. 지난번 폐렴 때도 자다가 내는 기침소리에 우기고 우겨서 겨우 검사를 받게 했다. (본인은 기침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어서 당황스러웠었다.)
그런 사람이 스스로 병원에 갔다니 아프긴 아팠던 모양이다. 그리 생각하니 짠하고 속상하다.
증상을 꼬치꼬치 캐물으니 운동하고 난 뒤와 같은 근육통과 비염증상이 있단다. 집에 와서 보니 열도 조금 나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저녁 무렵의 일, 저녁을 먹은 직후부터 화장실을 들락이기 시작했다. 결국 다음날(오늘) 병원에 다시 다녀왔다. 요즘 독감 증상에 위장장애나 두드러기가 동반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아프면 이것저것 챙겨 먹고 힘을 좀 내야 하는데, 죽이나 먹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말을 안 해서 그런지 쉰 목소리가 나온다. 미열과 약간의 근육통 그리고 설사. 이렇다 할 호흡기 관련 증상은 없다. 이런 증상으로 독감 검사를 받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 또한 유행이 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인 듯하다.
이런 유행은 정말이지 피하고 싶은데, 어째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그래도 고열이 나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누구도 옮지 않고 빠르게 상황이 정리되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밉고 안타깝고 짠한 그대 어서 나아요.
다음 주부터 기말고사예요.
심신이 피로하여 어제는 쓰던 글을 저장해 두고 지나치고 말았어요. 매일 쓰기로 한 결심이 이렇게 무너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