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18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왜지? 왤까?
꼭 나이 때문만은 아닌지, 오늘은 청소년도 한 마디 한다.
"아니, 뭐 했다고 벌써 12월이야?"
그러게 말이다.
그리고 너 기말고사 일주일 남았다.
조용한 동네라 그런지 아직 캐럴이 울려 퍼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카페마다 예쁜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인다.
지난주에는 못 본 것 같은데, 성당에 다녀오는 길 잠시 들른 카페에도 요즘 보기 드문 레드 장식의 커다란 트리가 한 자리를 떡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 이 맛이지!
정겨운 색감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제 12월이니 투덜대지 말고 준비를 좀 하세요, 대신 며칠은 따뜻하게 보내게 해 드릴게요.'
나와는 정말 친하지 않은 겨울 나름의 배려라고 믿고 싶은 따뜻한 날씨에 (미세먼지가 나쁨임을 알면서도) 아이스라테를 마시며 걷는 밤이 기분 좋았다. 오늘따라 집이 너무 금방 가까워지는 것 같아 아쉬울 만큼.
하나 둘 트리를 보다 보니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엔 뭘 하면서 보내면 좋을지 슬슬 생각을 해 둬야지 싶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제법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대기까지 해가며 외식도 하고 괜히 겨울밤을 쏘다니기도 했는데, 육아를 하면서 부터는 원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 많은 곳이 더 꺼려지게 되었다.
굳이 웨이팅을 해가며 식사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나이탓인지 귀차니즘에 대한 변명인지. 생각만 해도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다.
얼마 전 외식을 하며 꽤 고가의 메뉴를 선택한 아이에게 이런 농담을 했다.
"아, 그럼 이게 우리 크리스마스 만찬이야. 크리스마스날엔 어딜 가나 붐비니까 오늘로 대신하자!"
뭐가 좋은지 아이는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웃기는 녀석.
남편도 나도 특별한 날에 대한 감흥이 없어진 지 오래지만, 아이가 있으니 또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 무슨무슨 날이 다가오면 약간의 압박감을 느낀다.
어릴 때처럼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옷이 없나 신발이 없나 책이 없나... 심지어 생일에도 갖고 싶은 것이 별로 없다는 아이에게 '특별한'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 주면 좋을까 늘 고민이다. 심지어 여행도 좋아하지 않으니 별게 다 고민이라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사람 많은 곳은 엄두가 안 나고, 그렇다면 집에서 특식이라도 해 줘야 하는 건가... 곤란하다.
지금부터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야한다.
조금 더 크면 크리스마스는 여자친구와 함께 보내겠지 싶으니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낼 크리스마스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
오랜만에 보드게임이라도 하자고 하면 좋아해 줄까? 귀찮아할까?
슬쩍 물어봐야겠다.
크리스마스에 무얼 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