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살롱 첫번째 영화 <카모메식당> : 애씀과 변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우리와 새로운 시작을 앞둔 너에게.

by Local editor

익숙하지만 낯설고, 낯설지만 익숙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작년에 있던 사람이 지금은 없다는 사실일 거야. 이 사실은 어느 날 문득 찾아와 나를 깨닫게 해. 아, 이 사람이 오늘은 없구나, 분명 작년에는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아무런 모양도 생김도 없는 흔적이 되었다고 말이야.


지난 시기, 우리가 이미 겪었던 그것을 다시 경험하게 된 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날 너는 방 안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나는 긴 휴가를 받아 짧은 겨울방학을 즐기고 있었지. 아침밥을 먹을 때 아빠는 지난밤 응급실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요즘 따라 더욱더 자주 밥을 못 드시던 당신이 다시 심각해졌다는 것을 알게 됐어. 큰고모는 시장 통닭을 사 왔다며 먹고 싶으면 놀러 오라고 했고, 나는 통닭을 먹으러 당신을 보러 가는 것이 조금 머쓱해서 오늘 갈까, 내일 갈까를 고민했지. 그게 전부였던 날이었어. 우리에겐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던 날이었지. 조금 신기한 점이 있다면 작은 고모가 갑자기 당신이 보고 싶다며 내려왔고, 또 마침 신기한 점이 있다면 결혼을 앞둔 오빠가 인사하기 위해 내려와 다 같이 모여있었다는 점이었을 뿐.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고모는 당신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자신을 불렀다고 말해. 마지막 자신의 손으로 물 한 모금을 넘겨드릴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고 말이야.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고모부는 이렇게 말했어. 이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사라짐이 아니라 한 시대가 끝나는 것과 같다고.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박혀 계속해서 읊조리고 읊조렸어. 한 사람의 사라짐이 아니라 한 시대의 끝. 한 사람의 사라짐. 한 시대의 끝. 한 시대의 끝.


그날 우리는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시대의 기점에 모여있었던 거야.


카모메 식당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얼마 전 사람들과 모여 영화 <카모메 식당>을 봤어. 영화에서 미도리는 왜 이곳이었냐는 사치에의 물음에 어디든 떠나고 싶어 떠나왔다고 답해. 나한테도 핀란드가 그랬던 것 같아. 미도리처럼 어디로든 떠나고 싶던 때, 어디로든 떠나야 할 때 당도한 곳. 카모메 식당 하나로 이유가 충분하다고 느꼈던 곳. 영화 하나로 이끌리듯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어. 주인공의 흔적을 따라 서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사우나를 가고,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가 있었지만, 이제는 없는 곳에 가 익숙한 듯 샴페인과 음식을 시켰어. 오니기리가 아닌 다른 음식이었고, 시나몬 롤이 아닌 호밀빵을 먹었지만, 그것으로 괜찮았어. 그것으로 나는 충만했어.


극 중에서 미도리는 사치에에게 이렇게 물어.

“제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사치에 씨가 쓸쓸해질까요?” 사치에는 답하지. “글쎄요. 식당이야 원래 혼자서 했고 미도리씨에게도 본인의 인생이 있잖아요.” 그리고 조금은 서운한 마음에 실망을 표하던 미도리에게 사치에는 이렇게 덧붙여. “쓸쓸하죠. 하지만 늘 똑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죠. 사람은 모두 변해가니까요.”

사람은 모두 변해가는 것. 그래 우리는 모두 변해가지. 누군가 떠나야 할 때가 있다면 누군가는 보내줘야 할 때가 오는 것이지. 가볍게 바람처럼 흘려보내야 할 때가 언제든 생기는 것이지.



이상하지.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혼자 했던 여행보다 너와 함께했던 지독한 여름이 먼저 떠올라. 하루 걸러 하루 치고받고 싸웠던 기억이 곳곳에 숨어있는 그때가 난 왜 그렇게 재밌었을까. 너는 떠나고 싶던 때가 있었어? 어쩌면 가장 큰 변화를 앞둔 지금, 네가 그때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떠나야 할 때인지, 떠나게 된 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나는 조금의 변화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잖아. 방 안의 가구가 있다 사라질 때도, 형광등이 다른 색으로 바뀔 때도 예민해지는 나를 너는 알잖아. 손꼽는 친구들 중에서도 내 가장 큰 변화들에 대해 아직 모르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토록 나를 세세하게 알고 있는 네가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날 나는 어떨까. 작은 아씨들을 보며 함께 울어주던 네가 더 이상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댈 수 없이 멀리 가면 나는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조금 울적해져서 눈물이 났어. ‘우리가 함께했던 지난여름처럼 지독하게 붙어있는 날이 앞으로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며, 새 시작을 앞두고 설레 보이는 너에게 조금 서운해서 말이야.


사람은 모두 변해간다던 사치에는 이후 미도리와 이렇게 말해. 좋은 쪽으로 변할 거라고, 아마도 그럴 거라고. 맞아, 사람은 모두 변해가지만 우리는, 그리고 우리들은 아마 좋은 쪽으로 변할 거야. 분명 그럴 거야. 지나가 버린 한 시대에서 함께한 사람들이 알려준 무언가들로, 그들에게 받은 사랑으로 나이테를 만들며 쌓아온 우리들이니까. 그러니 기꺼이 그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게. 여전히 나는 이곳에 남아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겠지만 너의 시작과 함께하며 기꺼이 그래볼게.


마지막으로 너에게만 말하지 않은 비밀을 말해줄게.

있잖아 난 가끔 이번 생에 너를 만나 내 삶이 풍요롭다고 느껴.


추신. 네가 걸어가는 모든 길에 여름의 푸르름과 반짝이는 햇살, 솜사탕 구름같이 가벼운 마음이 함께하길.

함께했던 지독한 여름의 한 장면을 그려준 너의 말.


*또 다른 추신. 흘러 흘러 이 편지를 훔쳐보게 된 이들에게,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몰랐던 이야기를 영화를 빌어 전합니다.

혹시나 어쩌다 편지에 닿아 알게 된 이 작고 불투명한 비밀을 이제야 알았다고 서운해하거나 걱정하지 마세요. 영화 속 대사처럼 세상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어디에 가든 슬픈 사람도 있고 외로운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한 시대를 끝낸 기점에서 나는 많이 배웠고, 우리는 꽤 안온한 사랑을 주고받았으니까요.

아, 혹시나 아주아주 호옥시나 다시 멀리멀리 소문이 흘러가 제 막냇동생에게까지 닿는다면 너 역시 그 어떤 말로 대체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랑이라고 말할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우리와 새로운 변화를 앞둔 너에게-

/ Editor. 초록



*music*

José González - Stay Alive

- Stay Alive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OST야. 새 시대를 맞이한 우리와 새로운 시작을 앞둔 너에게 계속해서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되어주자고 이 음악으로 전할게.

You're here forever and you're by my side.

We'll do whatever just to stay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