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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하이애나 Jan 02. 2024

2028년 10월 8일, 맑음

작년에 쓴 일기 '5년 후의 나'


제주도에 온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역시 제주의 날씨는 만만치가 않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해풍과 한낮의 따가운 태양으로 잡티와 눈가의 주름이 한층 도드라진 느낌이다. 냉장고에 넣어둔 영양크림을 듬뿍 얹어 열기를 잠시 식히고 따뜻한 녹차를 한 잔 만들어 앉아 이 글을 쓴다.

지난 5년간 열심히 일해서 서귀포에 작은 2층 집을 지었다. 50살은 넘어야 가능할 것 같던 계획이 조금 앞으로 당겨졌다. 쉴 틈 없는 일정으로 두 달 정도 개인 휴식을 갖는 중인데, 다행히 휴가 일정을 앞두고 집이 완공되었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나의 취향과 아빠의 니즈를 녹여 디자인 한 나의 집이 너무 마음에 든다.

얼마 전 조카들이 방학을 맞아 이 주 정도 머물렀는데, 정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다행히 별난 사춘기 없이 여전히 해맑고 솔직하다. 학교에서 있던 일이나 친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부모자녀의 마음소통 전문가가 되었고, 강연과 책도 준비 중이다. 종종 매체에 인터뷰를 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지난 5년은 나에게 보물과 같은 시간이었다. 거의 1년간은 집에 박혀 책만 읽었는데, 너무 고독한 시간이었지만 성장의 고통이라 위로하며 나만의 내공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준비한 나의 브랜딩, 소담 라운드. 감사하게도 소통에 관한 독서교육과 철학 수업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주었고, 이들이 모인 자리라면 어디든 나가 강연과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한부모 자녀들을 위한 소통 프로그램 준비도 잘 되어가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

그동안 감사함이라는 감정을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이 공간, 사랑하는 이들의 존재, 나를 지지해 주는 응원...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한다.
창 밖으로 흔들리는 풀잎과 어스름한 저녁노을을 보니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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