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의 코로나 확진으로 같은 공간 내 근무하고 미팅도 같이한 이유로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 격리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양가 부모님은 멀리 계셔서 도움 주실 분도 없고 둘째 임신 33주가 넘어가는 지금, 첫째 아이 돌보기와 각종 집안일들을 모두 남편이 하고 있는 데 저까지 자가격리라니... 안 그래도 너무 미안했는데 정말 청천벽력의 소식입니다.
엄마 껌딱지인 아이가 엄마를 찾습니다. 우선 다섯 살 아이에게 열네 밤동안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차분히 얘기를 해줬습니다. 그러자 엄마랑 같이 자고 싶다며 엉엉 울어재끼는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며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고 나서 워킹맘&워킹 파더인 우리 부부는 각자의 업무를 마친 후에야 자가격리를 위한 방/화장실 분리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아빠엄마의 방 분리 논쟁으로 아이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본인이 엄마랑 떨어져서 아빠랑 장난감 방에서 잘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줍니다.불과 몇 시간 새 부쩍 큰 어른처럼 행동하는 아이가 한편으로는 안쓰럽습니다.
지금껏 아이방은 장난감 방으로 방치해뒀는데, 자가 격리로 인해 둘째가 태어나면 해야 했던 방 분리연습을 미리 하게 되었습니다.
분리된 방에서 식사를 하는 순간에도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은지 불쑥불쑥 방문을 열고 등장합니다. 그때마다 놀라서, "엄마 방에 올 때는 꼭 마스크 껴야 돼~"라고 신신당부하니 착실하게 엄마 보러 올 때는 마스크를 잘 끼고 옵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혹시 모르니 격리된 방 안에서 제가 늘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게 안전할 것 같습니다.
격리를 시작하니 물 한 모금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끼고, 창문을 열거나 물건을 만지고 하는 작은 행동 조차 조심하게 됩니다.
앞으로 10여 일은 어떻게 하지..?
그날 밤 자가격리라는 갑작스러움과 그로 인한 대응으로 인해 가족과의 다툼. 그리고 아이와의 이별이 서글프고 슬퍼서 혼자 격리된 방에서 눈물의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자가 격리라는 무서운 문자만 통보하고 자세한 추가적인 지침이 없으니, 당사자와 가족들은 정확한 대안을 찾을 수도 없고 불안함과 당황스러움에 막막함과 두려움 그리고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를 실감하는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둘째 날 밤입니다.
아침에는 보건소에서 오후에는 담당 공무원의 전화가 왔고 여러 지침과 안내를 받고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ㅡ자가격리 대상자 생활 수칙
다행히 하루새 아이는 적응을 해서, 아침에 장난감 방에서 혼자 자고 일어나도 엄마를 보러 달려오지 않았습니다. 자기 방에서 조용히 색칠공부를 하며 놀고 있는 아이.
부쩍 어른스러워진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도 하루 만에 적응이 되었는지 이 좁은 공간 안에서 루틴을 만들어보려 노력 중입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먹는 식사에 점점 적응해갑니다.
그리고 시간이 생긴 김에여러 다짐들을 해봅니다.
좁은 공간에 있으니 출산을 위한 임산부 요가나 해봐야겠다.
업무로 미뤄뒀던 둘째 육아서를 읽어야겠다.
첫째 때는 막달까지 근무하느라 조기 진통이 왔었는데 그래도 두 번째는 막달에 자주 누워서 쉴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첫째 육아와 출퇴근으로 둘째 아이의 태교는 1도 못했으니 덕분에 뱃속의 둘째와 단둘이 교감하는 시간이 생긴 거다.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초조했던 어제와는 다르게
제 안의 긍정 에너지가 샘솟고 있습니다.
힘들다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마스크를 끼고 만나는 아이와 스킨십이나 뽀뽀는 못하지만 아이가 달려와 엄마 뱃속의 둘째 똘똘이에게 잘 잤냐고 인사를 해줍니다.
저희 집에서 아침에는 새소리가 밤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이렇게 잘 들리는지도 몰랐습니다. 집 앞을 지나가는 아기의 삑삑이 신발 소리 조차 흥미롭고 반갑습니다.
소음 없는 작은 방안에만 있으니 맞이하게 되는 새로운 루틴입니다.
단 며칠의 격리된 방안에서의 생활이지만 그동안 마스크를 끼고 산책을 하고원하면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과 구름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격리 전 평범한 일상이 너무감사하고 그립습니다.
평소 즐기던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깨닫는 시간입니다.
격리가 끝나면 먹고 싶을 때 커피전문점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 마음껏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바라볼 수 있는 하늘과 구름.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