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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은나무


“여보, 나 어머니 얘기 좀 써볼래.”

“당신도 알잖아. 내가 끝까지 버틴, 유일하게 남은 막내며느리라는 거.”


“그래, 써. 대신 엄마 너무 욕만 하지 말고, 좋은 점도 좀 써줘.”


“알았어. 허락해 줘서 고마워.”



우린 결혼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남편은 전처와 이혼하고 네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남자를 선택했다.

그동안 숱한 위기, 수많은 상처… 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엔 언제나 시어머니가 있었다.



나는 착한 며느리 흉내 내려다 지쳐서, 그냥 결심했다.

‘그래, 차라리 되바라지자.’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살자.

눈치 보느라 속 썩이며 사느니,

싸가지 없다 욕먹어도 그게 낫다고.



지난 설날에 남편이 내게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싸가지 있네 없네 해도, 결국 엄마 옆에 남은 며느리는 당신 하나야. 다 떠나도, 당신은 엄마 곁에 남아 있잖아.”



맞다. 결국 남은 건 나였다.

착한 며느리 다 도망치고, 시어머니 곁에 끝까지 남은 건… ‘되바라진 막내며느리’인 나.



앞으로 이 글에 시어머니 흉 많이 볼 테지만

솔직히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요즘 어머니가 내게 자주 하시는 말,


“막내야, 고맙다. 사랑한다. 너밖에 없다.”


세상 그렇게 욕하시던 며느리한테.

이제는 사랑한다며 막내며느리가 최고라고 이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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