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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권사님 시어머니 보다 기 센 며느리

by 은나무


몇 년 전.

"띵동"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교회 동생한테 문자가 왔다.

“언니! 은정 언니! 저희 시어머니가 언니 잘해주래요.”


뭐야, 갑자기?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갑자기 무슨 말이야? 응? 왜? 내가 뭘 잘한 거 있데? 하하."


저희 어머니가 언니네 시어머니 잘 아신대요. 주일에 같이 있는 거 보셨데요.

그러고 나서 저한테 물어보시더라고요. 같이 계신 분 언니 시어머니 맞냐고. 그래서 맞다고 했더니, 언니 잘해주라고 하시던데요. 그 집 시어머니 보통 아니시라고.”


보통 아니지. 그건 내가 더 잘 알지.

웃음이 절로 났다.


“아, 진짜? 두 분이 잘 아시구나. 큰 교회에서 어머니들끼리 잘 아신다니 신기하다.”


어머니한테 걱정 말라고 말씀드렸어요. 은정 언니는 더 강하다고. 시어머니한테 안 잡혀 산다고요. 하하.”


강하다니, 내가?

나는 속으로 늘 끙끙 앓고 있었는데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나 보다.


올해 여든이 되신 우리 시어머니.

교회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20대 때부터 다니셨으니, 지금은 그냥 ‘호랑이 권사님’이라고 하면 다 아신다.

그런 분이 나한텐 시어머니였다.


그때 나는 진짜 살벌했다.

어머니든 남편이든, 뭐라 한마디만 했다간 바로 쏟아낼 준비 돼 있었다.

‘이혼하면 했지, 이제 더 이상 절대 참지 않는다.’

내 속엔 늘 이런 독백이 달궈져 있었다.


근데 교회 동생과 통화를 마친 뒤 혼자 피식 웃었다.

남들 눈에는 이미 나는 “잡혀 살지 않는 며느리”였던 거다.

결국 남은 며느리. 끝까지 버티고 있는 나.


웃픈데, 그게 또 내 위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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