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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러브쥬

by 은나무

#이 글은 글숲 1기 러브쥬 작가님의 글입니다.#



내가 나에 대해 배우게 된 게 감당하지 못할 일을 겪을 때나 누군가와 헤어지고,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할 때처럼 삶에 시련이라고 불리는 그 자리에서 나는 '나'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렇게 나를 회오리 안에 두다 보면 나를 자책하고 비난하는 긴 시간을 지내게 되고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찾아낸 보석 같은 점들과 만난다.


내 말의 의도가 그렇지 않은데 오해할 때가 생기고 내 생각이 그렇지 않은데 그들이 생각으로 나를 판단하는 데는 내 '솔직함'이 한몫을 하곤 했다.


때로는 위하는 척하며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뒤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왜곡되어 전해지기도 하였다.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닌데 그들은 나에게 어떤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았다.


남편이 같은 직장에 있다 보니 내 문제를 남편한테 가서 말하기도 하고 원장이다 보니 공정함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나에게 꽂히게 되고 듣다 보면 내 노력이나 수고보다도 허점 투성이에 너덜 해진 나를 본다.


그러면서도 나는 남편과 싸우게 되고 시간이 지나며 나를 추슬러 일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하고...

언제나 그렇다.

늘 완전한 내편이 아닌 남편이 결국은 미운이름이 되고

원망하게 되고 나갈 수 없는 어떤 곳에 갇혀서 나는 나를 채찍질만 해야 하는 거니까...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더 힘들게 되고, 사람들이 힘드니까 나는 나를 가뒀다. 작은 방안에 가두고 나가지 않으며

내 수업만 하고 출퇴근하고 돌아왔다.


부딪치지 않으면 문제도 없고 나는 불편한 얘길 듣지 않아도 되니 그렇게 며칠을 몇 줄을 반복하다가 나는 나를 잊어버렸다.


내가 어떤 모습의 사람 인지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그토록 원하던 언어치료사였고 그토록 돕고 싶었던 치료실에서 나는 나를 잊어버렸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나를 지키려고 아들이나 조카를 알바로 오게 했다.


내편이 온 안도는 내가 숨을 쉬게 하고 내가 내 방에서 나오는 용기를 갖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나 다움을, 내가 어떤 사람임을 알게 했다.


나는 나누고 베풀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도와주는 것을 즐긴다.


나는 일이 빠르고 일하는 것을 즐기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나는 호기심이 많으며 의미 부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잘 웃고 샤브와 꽈배기를 좋아하고 등산을 좋아하며 목욕탕도 좋아한다.


나는 새벽을 좋아하고 땅 밟는 산책을 즐긴다.


나는 쿨하고 통이 크며 자기계발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요즘 추진력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너무 좋다고 들 하시는데 같은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준비가 안된 상태로 어려움을 느낄 수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노릇이다.


뭐든 좋은 걸 나누고 심고 배운 걸 꼭 함께 해보고 싶어 하다 보니 상대가 관심이 없는 경우나 내 속도만큼 안될 때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신없다는 말은 자주 듣는 편인데 빠른 내 일정이나 내 머리의 가득 든 생각을 풀어내는 모습이 다소 정신없어 보인다는 지점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말이 많이 빠른데 늦은 사람들이 내 말을 천천히 다시 생각하는 걸 보고 내가 말이 빠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목소리가 큰데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내 응원하는 소리를 쳐다보니 친구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나는 내 소리가 큰가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돌발성난청을 겪고 이명도 겪으면서 내 큰 목소리가 나에게 피해를 줄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전히 남편은 내편이 아니지만 나는 내가 내 편이 되기로 했고 누구도 나를 지지하고 칭찬하지 않아도 나는 나를 지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양하게 도전해 본다.

때로는 행정선생님으로 때로는 치료사로 때로는 상담가로 하루에도 역할이 다이나믹하게 바뀌는 나를 내가 인정하며 나는 나로 살아본다.



50대의 나는
용서는 하나님의 몫으로 던지고
할 수 없는 것은 거절할 용기도 갖고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맞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의 참신함을 접하며
내가 관계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편하고 여유를 게 각을 세우지 않고 서로 편하고 재미있게 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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