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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Aug 28. 2017

오감의 문을 열어라

오감 자극 식품 방송



영화 속으로 풍덩 들어간 느낌의  4dx 영화는 온몸의 세포를 깨워놓는다. 

바람의 냄새, 카레이서의 정신없는 질주 , 흔들리는 비행기, 심장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

오감이  충분히 자극될 때 우리는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냄새를 전해주는 TV가 아직까지 발명되지 않았기에, 호스트들은 향을 말로, 그림으로 전달해야 한다. 

호스트는 직접 매장에서 만져 볼 수 없는 고객을 대신해, 마치 옆에서 하나씩 들춰보고, 만져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식품의 촉감을 전달해야 한다. 

티브이 속 장사라는 경계를 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시각 자극, 청각 자극을 더욱더 극대화해서, 후각과 촉각 자극의 부족한 면을 메워보자. 


식품은 신선함 + 맛이다. 


신선하게 물이 오른 채소들은 맑고 청아한 악기 소리를 낸다. 

매끈하고 반짝이는 껍질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때론 분무기로 약간의 이슬을 만들어 줘도 좋다.

영롱하게 이슬 맺힌 붉디붉은 과일을 보고 있노라면,  '나 한 번 잡숴봐~~ 끝내줘.'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민낯보다 분칠 한 얼굴이 더 예쁘지 않겠나. 판매하는 상품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기 위해, 잘 닦고, 반짝거리게 진열하는 건 기본이다. 


방송 전, 호스트는 스튜디오에서, 상품의 위치나 색깔 상태가 건강하고, 신선하게 보이는지 체크해야 한다. 





소리 자극 


아삭 ~~~~ 아삭~~~

추릅~~~~ 추릅~~~

후루룩~~ 후루 루루 룩 ~~~

쩝쩝

후~~~~ 후~~~~~




호스트가 먹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때, 옆에서 같이 진행하는 호스트는 멘트를 하지 않는다. 식품은 식품에서 나는 '자체 소리' 만으로 멘트가 된다. 

"내가 먹을 때, 멘트 하지 말고, 듣고 있어."라고 백번 얘기해도, 그 새를 못 참고, 선배가 먹는 동안, 옆에서 조잘조잘 멘트 하는 후배 호스트들이 있다. 

왜 멘트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이다. 


사람이 내는 소리로 의미를 만들어서, 식품의 신선함을 전달할 수도 있겠지만, '신선함'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품이 스스로 내는 소리'다. 그 소리를 막 내고 있는데, 옆에서 다른 말을 해버리면 오롯이 식품의 맛있는 소리가 전달되지 못한다. 


식품의 신선함을 보여줄 때는 '자체 소리'에 집중해보자. 





시각 자극  


보기에도 침이 줄줄 흐르게 만드는 그림. 세트와 인서트( 준비 영상)의 떼 깔이 좋으면, 반은 성공했다고 본다.  


저걸 어떻게 안 먹고 배길 수 있으랴~~


세트팀이 예쁘게 진열해 주면, 호스트는 스튜디오에서 방송 시작 전에 반드시 세트에 놓인 식품의 위치가 먹음직스러운지, 동선은 자연스러운지, 신선하게 보이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과일 방송을 할 때는 난 어김없이 분무기를 내 테이블 아래에 두고, 중간중간 마를 것 같으면 한 번 씩 뿌려가며 한 시간 내내 신선해 보이려고 노력한다. ( 스튜디오는 공조가 돌아가기 때문에 많이 건조하다. 촉촉해 보여야 되는 상품이 한 시간 방송하는 동안 비실비실하게 화면에 비칠 수도 있다. ) 


1초도 놓치지 않고, 예쁨 유지 상태가 되어야 한다. 

오렌지나, 키위, 사과,  만두의 육즙, 생선의 촉촉함, 오징어의 탱탱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호스트의 현란한 손놀림이 필요하다. 

즙이 많은 식품은 '뚝. 뚝. 뚝' 떨어지는 즙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생선의 속살을 보여줄 때에도 어떻게 발라야 살이 통통하고, 촉촉해 보이는지를 백번 연습해야 한다. 

맛있게 보여주기 위한 모든 장치가 잘 세팅되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막상 방송이 시작되면, 화면에서 시연해서 보여 줄 사람은 호스트 혼자다.  때문에 협력사가 준비를 잘 해준다 하더라도, 내 손에 익숙하고 내 손에 편한 준비물들이 제 자리에 없다면, 그날 방송은 망친 거다.  

하다못해, 주방 장갑, 행주, 집게가 제대로 놓여있는지 까지도... 체크, 또 체크하라. 



맛있게 들려주자. 

맛있게 보여주자. 

맛있게 방송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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