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버전의 포트폴리오/이력서 만들기
나는 2020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재취업을 준비중인 4년차 디자이너다. 디자이너에겐 포트폴리오가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즐겨보던 디자이너들의 웹 포트폴리오처럼 나도 멋있게 웹용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볼까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에서 PDF형태로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회사마다 원하는 포트폴리오 형식과 이력서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버전의 PDF 포트폴리오를 만드는게 좀 더 현실적인 작업이라 생각했다.
결국,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포트폴리/이력서/자기소개서를 제출했는데 어떤식으로 작업했는지 그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 이 글은 '합격률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작업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가볍게 아무개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를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서 GUI/브랜딩/그래픽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디자이너로서 전문성과 개성이 없어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내가 왜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했는지 나의 캐릭터를 설명해야 했고, 그동안 작업했던 작업물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말은 분석이라고 썼지만 실제는 머리를 싸메고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 결과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작업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고, 프로젝트 성격에 맞는 컬러를 다양하게 응용하여 작업하기를 좋아하는 디자이너라 결론 내렸다.
마치 프리즘(prism)에 빛이 들어오면 다양한 컬러의 빛으로 분산시키는 모습이 디자이너로서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 생각하여 포트폴리오 주제를 'Prism and Spectrum'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된 주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작업들을 정리하는데 중심을 잡아주는 방향키가 되어 주었다.
서류로 제출된 포트폴리오는 보통 면접에서 발표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서류용 발표용 따로 작업하는 디자이너도 있지만 나는 그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발표용이라 생각하고 포트폴리오 작업 순서를 결정했다. 그러다보니 발표할 때 할 말이 많은 순서대로, 즉 프로젝트의 기여도가 높거나 지원하는 직무의 작업 일수록 앞쪽에 배치했다. 때로는 지원하는 회사의 직무 및 성격에 따라 포트폴리오 순서를 재배치 하여 제출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간혹 면접에서도 어떤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순서를 정했는지 물어보기 때문에 나만의 기준으로 목차를 구성하는건 중요하다.
프로젝트 시작과 끝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 간지 페이지를 만들었다. 또 회사마다 어떤 곳은 프로젝트별 나의 역활을 기재하라는 곳이 있고, 어떤 곳은 참여도를 기재하라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통합본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정보들을 정리했고, 간지 페이지를 활용하여 프로젝트 요약 정보들을 표시했다. 꼭 '간지' 페이지가 있어야 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자기 개성에 따라 프로젝트 요약 정보들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요약 페이지에 들어가는 정보들
프로젝트 기간
프로젝트 내용 소개
산출물(output)
참여도/기여도
나의 역활
지금까지 앞에 말한 부분이 다 좋아도 결국 포트폴리오 알맹이가 좋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것 같다. 최대한 작업의 하이라이트를 멋있게 소개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또 1년이상 진행한 서비스 및 브랜딩은 내용도 많고 작업양도 많아서 어떻게 요약해야 할지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다.
나의경우 한 프로젝트 당 최대 6장을 넘지 않으려 했다. 파일 첨부시 용량 제한도 고려 해야 하고, 내용을 자세히 써도 면접관 입장에서 수십장의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다 읽어보지 않을 것 같아서 우선 시각적으로 임팩트를주기 위해 하이라이트 이미지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그리고 브랜드 컨셉을 도출하게 된 배경과 디자인 컨셉에 대한 설명은 간략하게라도 꼭 적어놨다.
1) 유튜브 채널 브랜딩 작업물을 압축하여 5페이지로 정리했다.
2) 서비스 브랜딩 포트폴리오 중 일부 발췌
3) 단기 프로젝트는 2~3장으로 정리했고, 단기 프로젝트끼리 묶어서 섹션을 정리했다.
PDF 형식의 포트폴리오는 웹 포트폴리오에 비해 다양하게 정보를 보여주는데 제한이 있어 항상 아쉽다.
그래서 다음번 포트폴리오를 준비할때는 평소에 웹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놓고, PDF 포트폴리오에 링크를 추가하는 방법을 고려중이다. 아니면 진짜 핵심 포트폴리오를 3~4개만 선택해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방향도 좋을 것 같다.
이력서는 팩트 기반의 정보를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생각하여 최대한 깔끔하면서도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그런데 단순 정보나열의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재미없다 느껴서 나름의 컨셉을 만들어 봤다. 카세트 테이프의 앞면 뒷면을 표시하는 A-SIDE/B-SIDE에 영감을 받아, 앞면(A-SIDE)에는 커리어 위주의 팩트 기반의 정보를, 뒷면(B-SIDE)에는 나의 성격과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페이지로 구성했다. 특히 B-SIDE 부분은 지원하는 회사마다 다 다르게 페이지를 구성하여 제출 했는데 이 부분은 바로 아래 섹션에서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사실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는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회사 지원시 공통적으로 제출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의 경우 회사의 성격 및 요구하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버전이 필요한 것 같다. 예를들면 개인의 취향 및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에 지원할 경우 나의 관심사를 리스트로 정리하여 제출했고, 회사에서 요청한 질문 리스트가 있다면 그 질문에 맞게 인터뷰 형식으로 답변을 제출했다. 몇몇 회사에 지원을 해보니 확실히 회사에 지원하는 이유를 적어서 함께 제출했을 때 서류 합격률이 높은 것 같다.
회사 지원시 매번 이렇게 작업하는건 힘들 수 있지만, 신중하게 선택한 회사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이상하게 포트폴리오 작업은 해도 해도 항상 아쉽고 만족이 안되는 것 같다. 매년 말하는 목표중에 하나가 '포트폴리오 재정비'인데 역시나 2020 하반기 나의 목표는 '포트폴리오 재정비' 이다. 올해 만약 성공한다면, 그 후기를 다시 남겨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