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커뮤니티, 창업, 생생한 이야기들
이 시리즈는 서울의 로컬 빵집, 독립서점, 퇴사자, 그리고 제주 이주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 모양의 잡지이다. 처음엔 책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잡지였다. 요즘 자기 색깔과 방식을 찾아 사업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이런 작고 개성 있는 가게들은 살기 좋은 로컬 커뮤니티 구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음식, 책과 관련된 업계는 항상 관심과 로망이 걸쳐져있다. 그렇지만 아름답게 그려낸 문학 장르와 실제 업계의 현실은 매우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취재 내용이 흥미롭고 또 도움이 되었다. 확실히 인터뷰나 다큐는 문학과는 다르게 생생하고 밀도 있는 내용을 제공한다. 현재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매우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항상 꿈만 꾸는 종족인 나에겐 더욱 필요한 내용들인 셈이다. 어렴풋이 머리로 짐작하던 것들이 이 인터뷰를 보면서 좀 더 분명해졌고 새롭게 느끼는 바도 많았다.
한 권의 책이 백만 부 팔리는 사회보다 백 권의 책이 만 부씩 팔리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살기 좋은 사회는 각자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효율성의 논리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여러 방면에서 참으로 획일화가 심해졌다. 다양한 컨텐츠가 사람들과 만나려면 접점 또한 다양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동네마다 의식주는 물론, 책과 음악 등 무형의 컨텐츠를 다루는 공간들이 고루 퍼져 있다면 훨씬 살기 좋은 환경이 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집값 또한 동네에 따라 너무 큰 차등이 없이 다양하게 잘 분포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그와는 달리 실제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단순한, 나의 선택의 문제라는 걸 알았다. 물론 개인의 성향, 가치관, 성장 환경 등 많은 요소들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따져봐야 할 게 많고 이게 안 맞고 저게 걸린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어떤 가치와 방식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출판, 예술업계 등 유관분야 경험자들만 서점을 용기있게 내는 줄 알았는데 인터뷰를 차차 보다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다들 행동력이 있고 뚜렷한 주관이 있는 분들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사업을 시작한 친구가 얘기했던 대로, 일단 시작하고 뛰어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작의 기반에는 확실한 나의 주관과 방향이 서 있어야 한다.
독립서점을 실제 운영하는 분들의 인터뷰라서 경영이며, 사회의 시선이나 트렌드, 방문객들의 이야기까지 흥미롭지 않은 주제가 없었다. 책과는 나름 가깝게 지내며 살았지만 내가 책과 서점을 대했던 방식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당연히 소개된 책방들을 한 번씩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검색을 해보았는데 이미 다수의 책방들이 검색되지 않았다. 책이 출판된지 6년, 당시 오픈 초창기의 서점들을 주로 인터뷰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아마 그 대표님들은 또 그와 관련있는 다른 업계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어쨌든 이런 다양성의 움직임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분명 접점과 참여의 계기가 생길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아 그런데 서점 오픈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냐는 질문에 어떤 대표가 그랬다. 열고 싶다고 얘기하는 사람치고 실제로 여는 사람을 못봤다. 여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묻지 않고 행동에 옮기더라며 ㅎ 순간 웃음이 푹 터져나왔던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