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들어오기 전의 나
한국 직장 생활에 지쳐 외국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외국 생활이 길어지자 한국어가 그리워졌다. 그런데 어느새 한국어도 서툴고,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떤 때는 영어로, 어떤 때는 한국어로 의도치 않게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었다.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심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관계는 점점 공허해졌다. 많은 말을 나눴지만, 상대는 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자신보다 부족하면 비웃고, 잘하면 잘난 척한다고 손가락질했다. 그런 관계를 모르고 7년을 이어갔다.
나는 ‘서로 완벽해서 친구가 되는 게 아니라, 달라도 좋아하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자 진심이 보였다. 맞지 않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건 결국 독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처로 끝나지 않았다.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나는 단점이 많지만, 누군가 지적하면 빠르게 사과하고 고치려 노력했다. 그나마 그것이 내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라고 믿는다.
‘이제는 한국인을 사귀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한국어를 막 쓰지 말아야지’로 생각이 바뀌었다.
언어는 인간관계의 핵심이라고 믿었기에, 이번에는 말 대신 글로 나를 표현해 보기로 했다.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부족하면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브런치 들어온 후의 나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을 때는 시험 관문을 통과한 듯한 성취감이 밀려왔다. 예전에는 한국어로 수다를 떨고 나면 시원했지만 공허했다. 그 시간과 감정을 글에 쓰기로 했다. 브런치는 나에게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말’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말이 부드러워졌다.
일주일에 한두 편씩 글을 올렸다. 낯선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어떤 독자는 오랫동안 나를 알아온 사람처럼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처음엔 일기처럼 쓰기도 하고, 여행기를 남기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글도 썼다.
‘상처받은 이야기를 써야지’, ‘친구와 수다 떨듯 써야지’, ‘은유 작가 말처럼 뼛속까지 내려가 써야지’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쉽지 않았다.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글을 읽고 수정할수록 어제보다 오늘의 글이 조금은 나아 보였다.
인생도 그렇게 수정하며 살아가다 보면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의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계속되는 공모전 탈락에 좌절했을 때, 브런치에서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 마크를 붙여줬다. 지치지 말고 계속 써나가라는 응원처럼 느껴졌다.
앞으로의 계획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작가지만,
“하늘을 향해 쏜 화살은 산을 향해 쏜 화살보다 멀리 간다”라는 말을 믿고, 꿈을 크게 꾸고 싶다.
나처럼 방황하는 청춘에게, 열정 많은 20대 30대들이 공감하는 책을 쓰고 싶다. 언젠가 그 책을 출간하고 싶다. 큰돈을 벌고 싶은 생각보다는 책을 통하여 사람과 소통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그 기회를 통해 더 자주 한국을 방문하며, 더 나은 작가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