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주 대스타이자 우주 먼지다
지구과학 마그마 선생님을 떠올리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야자로 화학 선생님께서 (물리 선생님은 늘 일찍 귀가하셨다) 방송실 마이크에 ”지금 토성을 망원경으로 볼 사람 나와라“ 하면 우르르 몰려나가서 한 사람씩 망원경에 비친 토성의 허리띠를 보곤 했다. 그런 습관이 들어서인지, 어디를 가도 먼저 하늘을 올려보고, 별이 얼마나 떴는지, 어떤 별이 보이는지, 또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았던 지리산 뱀사골의 여름밤은 내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우리 학교에는 “마그마”로 불리던 지구과학 선생님이 계셨다. 키가 유독 작으셔서 강단에 서셔서 두 팔을 짚으면 높은 강단 높이에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선생님이 워낙 “마그마”를 좋아하시기도 하셨고, 여러 지구과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설명해주실 때, 나는 그 원리를 알아가고 세계를 이해해 나가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어느 날은 우리들은 우주의 아주 작은 존재라는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하셨다. 지금 입시를 두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도, 저기 지구에서 바라보면 이미 보이지도 않을 만한 작은 존재라고. 그래서 너무 걱정하거나 너무 매여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왠지 그 때는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지금 쩔쩔매는 이 상황도 먼지같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내가 사는 세계가 참 좁구나, 내가 몰랐을 뿐 더 넓은 세계가 사실은 존재하고 있구나.
그래서 우리는 우주 먼지다. 실제로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원소)은 지구, 행성, 우주의 암석, 먼지 등과 동일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말을 할 때, 우리의 시선은 아주 먼 우주에서 나를 바라볼 때 할 수 있는 표현이다. 더 큰 세계에서 바라볼 때.
그러면서도 나는 우주의 대스타다. 연예인 김희철씨가 우주 대스타라는 말을 스스로 자칭하거나, 누군가에게 불려질 때, 나는 고등학교 때 별을 보며 꿈꿨던 그 시절과 마그마 선생님의 우주 철학 이야기를 종종 떠올리며 혼자 피식 웃고는 했다.
두텁디 두터운, 그래서 나중에야 진도를 나갈 수 있었던,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우리는 별에서 온 물질로 이루어졌다(We are made of star stuff)”라고 말했다. 인간을 이루는 물질은 우주의 먼지와 다를바 없으나, 놀랍게도 우주에는 똑같은 원자들로 구성된 인간은 없다는 것이다. 세계인구 약 82억명 중에 똑같은 원자로 구성된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고도로 조직화된 복잡계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만들어진 세포와 분자의 구조도 살아가면서 새로 학습하고 경험하는 것에 따라서 재조직화되기 때문에 요소는 같아도, 그 결합의 방식과 구조, 그것이 이루어내는 시스템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
그래서 광활한 우주의 일부이면서도, 세상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우주인 나는, 놀라운 존재다.
그러나 나를 보게 되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이 일들을 더 잘 해내야, 조직의 생존을 위해 더, 더, 더.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새벽에 나갔다가 밤 늦게 지쳐 돌아오던 날들이었다. 그동안 하늘을 보지 못하고 살았구나. 근데 오늘 하늘은 왜 이렇게 멋진거야.
스스로가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그 빛을 잃어갈 때, 우주의 먼지로만 스스로를 바라볼 때, 나는 슬며시 다가가 그 의미를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이 광활한 우주의 먼지이면서도, 우주에 단 하나뿐인 우주대스타 00이라고. 이 ‘과장되지 않은, 과장된 표현’을 마음껏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오늘의 나에게도 그렇게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