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ilitative consulting
(지난 주 미팅데이를 보내면서 기억에 남는 한 기관과의 미팅 기록을 남겨봅니다. 컨설턴트로서, 클라이언트와의 첫 만남에서 어떻게 대화를 이어갈지 작은 참고가 되길 바라며)
1. 목적을 상기해보세요
실무에 있다보면, 나에게 떨어진 과업 또는 우리가 생각하는 지금의 옵션을 두고 “A를 할꺼냐, 말꺼냐”의 논의를 열띄게 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 이 것을 할지 말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이것을 왜 하게 된 것인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목적을 기억하는 것인데, 논의하다보면 전체 그림을 놓치고 이 단면을 붙들고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 이 때 컨설턴트는 목적을 상기하도록 해 줌으로써, ‘아 맞다, 이 목적에 어떤 것이 더 부합할지, 혹시 더 다른 방법이 없을지’를 다시한번 탐색하게 도움을 준다. 방법에 골몰할 때, 목적과 다시한번 얼라인을 도와주고, 목적에 이 방법이 적절한지 역질문을 통해 점검해볼 수 있도록 도와보자.
2. 과정이 먼저일까요, 결과가 먼저일까요
조직마다 그럴 만한 상황들이 있다. 다들 바쁘고, 연구기관은 각자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니 터치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고, 협력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로 어렵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임직원의 참여, 임직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절차가 없다면 절차의 공정성을 잃고, 그 문화는 힘을 잃기 때문에 과정도,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딜레마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는 어떻게 해야할까.
노트를 꺼내어 우리의 이해관계자들이 누구인지 적어보았다. 함께 적은 노트를 보면서 그들의 니즈를 한번 생각해보고, 앞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프로젝트의 목표도 함께 적어본다. 그리고 함께 상황을 진단해본다. 왜 작동되지 않았을까?
‘내부사정이 있었어서 - 어쩔 수 없어요. 그냥 받아들여야지요’
‘최종 아웃풋이 노멀하고 멋지지 않아서- 또 다른 새로운 문구를 만들어야지요’
무엇을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이 과정 중에 생겨나는 공감과 컨센서스, 임직원간의 신뢰 등의 진짜 문화를 움직이는 힘을 간과하기 쉽다. 또 다른 문구를 만든다고 우리 조직에 없던 정체성이 절로 생겨날까. 결과의 형태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 결과물에만 주목하다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정을 잃기 쉬우므로, 결국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컨설턴트는 간과할 수 있는 이 부분을 짚어주고, 작동하기 위한 과정과 결과를 클라이언트와 의논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3.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제시해보세요
우리의 목적과 방법도 점검했고,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작동하지 않았을지 탐색을 했다면, 적절한 문제를 해석하는 프레임을 제시하면 좋다. 이날은 000 모델을 그려주었고, 왜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힘이 없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해석해 드렸다. 이 과정 들을 함께 거쳤기 때문에, 고객은 이 때 ‘아, 그래서 안 풀렸구나, 이것이 필요하구나’ 하는 통찰을 얻게 된다. 그러면 이제 “그럼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하는 진지한 물음의 단계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된다.
컨설턴트는 여러가지 논문을 참고하여 프레임을 평소에 축적해두고, 프레임을 현실에 적용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두면 좋다. 첫 째는 프레임을 먼저 발견하는 것, 둘 째는 그것을 적용하는 것. 현실에 다양한 프렉티스가 있으면 아 이 프레임은 이때 활용하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것을 발견하기 쉽고, 발견한 또는 내가 새롭게 만든 프레임은 실제로 현실에 적용을 해봐야 그것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작용될 수 있는지, 프레임을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변수들은 무엇이 있는지 ‘변통’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아는 것과 적용하는 것을 계속 순환하여 축적해나가고 그것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노트에 메모해두어 현장의 감을 고도화 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_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서 중요한 점은, 그들의 상황과 문제와 노력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로, 앞선 미팅에서 누군가에게 혼나거나 한창 찬란하고 멋진 솔루션을 소개받고 온 분들도 계셨는데, 이런 경우 해당 고객사의 상황에 맞는(fit) 제안과 시도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솔루션이 만능키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그 솔루션에 사람들을 끼워넣는 프로세스를 제안할 확률이 높다.
그들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처음에는 말을 안해도 알아서 진단해주기를, 어쩌면 저 컨설턴트가 우리 일을 맡을 만한 역량과 관련 경험이 되는가를 테스트하는 마음으로 줄다리기를 한다. 이 기로에서 안다고 생각하고 성급하게 솔루션을 제시하기 보다는 자신감을 갖되 겸손한 자세로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경청해보자.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그들의 속에 있던 이야기들도 꺼내게 되고, 그것이 실제 문제를 풀어가고 클라이언트와 컨센서스를 형성하는데 큰 자산이 된다. 그들의 시도와 노력을 이해하고, 놓쳐질 수 있는 부분을 짚어보고, 미팅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장으로 만들어보면 이 시간은 놀라운 학습의 장이 된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였던 클라이언트가 함께 협력을 먼저 요청하는 모습으로의 전환, 방법이 이제 정말 없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이렇게 해보면 이제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질 때의 전환은 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기도 하다. 더 잘 돕기 위해서 컨설턴트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나의 작은 도움이 잘 작동된다면, 조직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에서의 의미를 발견하고,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책임감이지만 결과는 제 몫이 아니니,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조직이 좀 더 건강해지도록 고민하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실행하고 있는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