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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채 Jun 27. 2019

꼭꼭 눌러 담은 영화 : 이케아옷장에서시작된특별난여행

★★★☆

 이번에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감상한 작품은,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The Extraordinary Journey of the Fakir>입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영화입니다. 감독은 퀘벡 출신의 켄 스콧 Ken scott이고요.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는, 포스터만 보고는 프랑스 영화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상영관에 들어가니 각본이 영어로 쓰였다는 점, 발리우드 영화 같은 느낌도 난다는 점에서 인도 영화이겠거니 했습니다. 감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글을 쓰려고 영화에 대해서 좀 찾아보면서 프랑스어와 영어 각본을 모두 쓰는 퀘벡 출신의 캐나다인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여러모로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고 해요. 원작 소설은 프랑스 작가 로맹 퓌에르톨라 Romain Puértolas의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The Extrarordinary Journey of The Fakir Who Got Trapped in an Ikea Wardrobe>으로, 소설의 제목이 영화의 제목보다 조금 더 기네요. 읽어보지 못해서 원작의 경우는 어떨지 모르지만, 포스터나 제목을 통해서 알 수 있다시피 영화는 한 인도인 청년의 기행기를 다루고 있어요.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자타샤트루(이하 아자)는 "특별난" 여행이라는 말처럼, 범인으로서는 쉽게 겪어보지 못할 만한 일들을 겪습니다. 인도의 뭄바이에 살던 아자는 길거리 공연을 하며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데요. 특정한 사건을 겪게 되며 100유로짜리 위조지폐 한 장을 가지고 프랑스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파리를 여행하는 중, 그는 그가 유년시절부터 가보고 싶어 했던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게 되고, 그날 밤 매장에 남아 옷장 속에서 잠이 들게 되고, 옷장 채로 트럭에 실려 런던으로 향하게 됩니다.


 사건의 발달부터가 기상천외합니다. 동화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영화의 주인공은 대체적으로 넘어져도 툭툭 털어내고 씩씩하게 잘 일어납니다. 오뚝이 같아요. 사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고초를 겪으면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죠. 이 점에서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의 <캉디드>의 주인공인 캉디드를 떠올리기도 해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영화의 주된 스토리 라인이 주인공 아자가 옷장에서 촉발한 여행을 회상하며 아이들에게 경험담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역사적인 영웅의 무용담이나 아주 유명한 구연동화를 듣는 느낌도 듭니다.


 영화를 보며 블랙 코미디적 요소 또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강렬하고 명확하게 느껴지는 메시지 중 하나는 난민 문제였습니다. 앞서 영화에 대해 소개할 때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말씀드렸는데, 영호 속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녹아있다는 이야기를 하니 의아해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영화는 직접적으로 현재 유럽의 난민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풍자를 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풍자의 대상은 '난민 문제를 다루는 실질적 플레이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아자가 영국에서 만나게 되는 '스미스 경관'으로 대표되는데요. 만약에 이 인물 스미스 경관을 부조리의 원인으로써 위압감 있고 무섭게 그려냈다면, 시쳇말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스미스 경관은 등장하자마자 이상하고 부적절하게 행동하곤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우스운 춤을 추며 노래까지 하는데요. 이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냄으로써 영화의 밝은 분위기는 유지하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충실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스미스 경관이 나오는 장면에서 다들 씁쓸한 웃음을 지으시게 될 것 같아요.



 이처럼 영화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다양한 색과 결을 가진 에피소드들을 한 편으로 엮었어요.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코믹한 요소와 감동적인 요소, 풍자적인 요소 등을 계속해서 제시하며 여러 기능을 하려고 애쓰는 게 느껴져요. 그렇지만, 영화가 조잡하거나 늘어진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도리어 크레디트를 포함한 96분이라는 적절한 러닝타임 안에 모든 것들을 잘 다루고 마쳤다는 느낌을 줍니다. 한 주걱 깊게 퍼서 꾹꾹 눌러 담은 공깃밥 같이, 여러 요소들이 알차게 들어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아자가 이케아를 구경하는 장면이나 파리의 정경을 보여주는 장면들 등에서는 시각적인 부분까지도 많이 신경 썼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프랑스와 로마의 풍경이 참 아름다워요. 물론, 주인공 아자처럼 힘들게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지만요. 최근에 감상했던 영화 중에서 가장 특이하고 마음 편히 감상한 작품인 것 같아요. 이야기와 플롯이 많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았고, 대체적으로 분위기도 밝아서 쉽게 잘 보았습니다. 영화 포스터나 시놉시스에 이끌리셨다면 꼭 감상하시기를 추천드려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이런 점이 좋았어요 

-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팝콘 무비가 좋아요.

- 발리우드 영화를 좋아해요.


 이런 점이 아쉬웠어요 

- 발리우드 영화는 조금 낯설고 어려워요.

-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아요.



6월 25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있었던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를 통해 감상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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