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는 한 나무에서 자란 가지였다.
같은 뿌리에서 영양을 나눠 받으며,
햇살을 향해 자라나면서도 서로의 그림자를 의식했다.
누구의 잎이 더 푸르른지,
누구의 가지가 더 멀리 뻗는지.
우리의 경쟁은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끊임없이 불어왔다.
나는 너를 질투했고,
너는 나를 이겨내고자 애썼다.
같은 장난감을 두고 다투었고,
같은 칭찬을 바라며 울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자라난 것은
우리만이 알 수 있는 묘한 연대감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었다.
너의 재능 속에서 나는 부족함을 느꼈고,
나의 노력 속에서 너는 자극을 받았다.
때론 그 거울이 왜곡되어
서로를 오해하고 밀어내기도 했지만,
우리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한 나무의 가지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어린 다툼은 희미한 기억이 되었고,
대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묵묵한 화해였다.
너의 성취를 보며 나는 비로소 알았다.
너의 빛은 나의 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둘의 세상을 더 밝히는 빛이라는 것을.
너의 웃음이 곧 나의 웃음이었고,
너의 눈물이 곧 나의 아픔이었다.
화해는 말없이 찾아왔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대화는 경쟁보다 위로를 담기 시작했다.
“괜찮아, 네가 잘할 거야.”
한마디가 마음을 따뜻하게 했고,
나 역시 네게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벽이 아닌 다리가 되었다.
서로의 넘어짐을 붙잡아주고,
서로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법을 배웠다.
과정 속에서 깨달았다.
너와의 경쟁은 나를 성장시키는 바람이었고,
너와의 화해는 나를 지켜주는 땅이었다.
지금 우리는 여전히 같은 나무의 가지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의 바람은 더 이상
질투와 다툼이 아닌
평화와 믿음으로 채워져 있다.
너와 나, 서로를 빛나게 하는 존재로
이제 우리는 함께 자라고 있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