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84

by 은파랑




열정


가슴 한구석에서 은은히 타오르다가도, 어느 순간 폭발적 불길이 되어 삶 전체를 밝히는 힘. ‘열정’이다. 새벽안개를 가르며 솟아오르는 해처럼, 열정은 우리 안에 잠든 가능성을 일깨우고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준다. 때론 바삐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열정은 묻혀 버리기도 한다. 이럴 때, 잿가루로 덮인 정수리 아래에는 여전히 기적처럼 살아 숨 쉬는 불씨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열정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하나는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 말하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로, 좋아서 하는 일에서 비롯되는 순수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에서 비롯된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박수갈채나 물질적 보상을 위해 불타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열정이 우리를 꽃피우는 순간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에 따라 뜨겁게 몰입할 때가 아닐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Flow)’의 상태처럼, 자신이 선택한 목표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이 충만하게 빛날 수 있다. 그것이 진짜 열정이다.


책 속의 지혜 또한 우리에게 계속 나아가야 할 이유를 속삭인다. 예컨대 헤세의 『데미안』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새’는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내면의 희망’을 발견해 밖으로 비상한다. 우리는 자기 안에 갇혀 있는 한 줌 빛을 보살피고, 불씨가 온전한 불길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돌봐야 한다. 언젠가 불씨는 우리의 존재를, 더 나아가 세상을 따스하게 비출 것이다. 열정이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겠다’는 의지이자, 동시에 내 안에 잠재된 수많은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내면 깊숙이 자리한 열정의 불씨가 삶의 어둠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열어 줄 때, 비로소 온전한 빛의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밝을 것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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