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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환상인가, 또 다른 실재인가?

by 은파랑




꿈은 환상인가, 또 다른 실재인가?


한 철학자가 꿈을 꾸었다. 그는 나비가 되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 그런데 깨어난 후 문득 의문을 품었다.

"나는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로 변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 이야기다.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철학적으로 문제 삼는 대표적인 사유 중 하나다. 꿈은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현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실제로 간주될 수 있을까?


17세기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꿈과 현실의 구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제1철학에 관한 성찰』에서 데카르트는 우리가 꿈을 꿀 때 그것을 현실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 내가 경험하는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우리가 꿈속에서 감각을 경험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우리가 현재 '현실'이라 믿는 것도 꿈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닐까?


데카르트는 이러한 회의 속에서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라는 확실한 명제를 찾아낸다. 설령 모든 것이 꿈일지라도 최소한 '의심하는 나'의 존재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결론은 꿈이 '환상'일뿐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꿈과 현실을 구별할 확실한 기준이 없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꿈뿐만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자체도 감각의 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 (Esse est percipi)’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꿈과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만약 우리가 꿈속에서 어떤 사물을 보고 만지며 감각할 수 있다면 현실에서 경험하는 감각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가? 버클리는 우리의 경험이 모두 감각적 표상에 불과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꿈 역시 감각적 경험이므로 일종의 실제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허상일까, 아니면 현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실재일까?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자연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꿈은 일관된 법칙 없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과 시간이 뒤섞이고,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 반면, 현실은 일정한 인과법칙을 따른다. 예를 들어 우리가 꿈에서 벽을 통과할 수 있다면,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꿈에서조차 우리는 일정한 논리적 흐름을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현실에서도 때때로 비논리적인 일이 벌어진다고 느낄 때가 있다. 칸트의 이론은 꿈과 현실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꿈이 무조건 비현실적이라는 증거로 쓰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철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조차 해석된 것이며 '객관적 실재'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일 수 있다고 보았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현실도 하나의 꿈과 같은 것이며, 우리는 그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는 인간이 언어와 개념을 통해 세상을 해석할 뿐 실제 세계가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꿈과 현실의 구분은 결국 인간이 만든 개념일 뿐이며 절대적 실재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실은 공유된 꿈이며 꿈은 또 다른 형태의 현실일 수도 있다.


현대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시뮬레이션 가설’을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이 꿈과 같은 ‘가상현실’ 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우리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 살게 한다면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이 세계도 단순한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주장은 우리가 꿈을 꾸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꿈속에서 우리는 현실처럼 느끼지만 깨어나면 그것이 허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현실’이라고 믿는 것도 나중에 깨닫게 될 ‘또 다른 꿈’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까?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경험하게 된다. 이는 철학적으로 꿈의 실재성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철학자들은 오랫동안 꿈과 현실의 차이를 논의해 왔다. 데카르트는 꿈과 현실의 구분이 어렵다고 했고 버클리는 현실조차 감각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칸트는 자연법칙을 기준으로 꿈과 현실을 나눴지만 니체는 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현대에 와서는 우리가 사는 현실이 하나의 시뮬레이션일지도 모른다는 가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런 논의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꿈에서 깨어난 순간, 정말로 현실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꿈속에 있는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탐구해야 한다. 어쩌면 그 과정 자체가 현실과 꿈을 가르는 유일한 차이일지도 모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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