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면을 깨어 있는 시간의 ‘부속물’처럼 여긴다. 하지만 뇌과학은 정반대를 이야기한다. 깨어 있는 동안 우리가 경험한 모든 정보는 밤이 되어야 비로소 정리된다. 해마(hippocampus)는 짧은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고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정돈한다. 만약 잠이 부족하다면? 전날 배운 내용은 마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지워지고 다음 날의 사고력과 집중력은 흐려진다. 집중력 높은 하루를 위해 밤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
최적의 수면 습관은 규칙적인 리듬에서 시작된다. 수면 전문가들은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라고 조언한다. 뇌는 예측 가능한 리듬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불규칙한 수면은 뇌의 생체시계를 교란시키고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를 초래한다.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먼저 뇌가 신뢰할 수 있는 ‘수면의 리듬’을 만들어 주자.
밤이 되면 수많은 생각들이 밀려온다. "오늘 수업에서 제대로 이해했을까?", "내일 시험이 걱정된다." 마음이 뒤숭숭할수록 잠은 멀어진다. 심리학은 수면과 정서적 안정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충분한 수면을 취할 때 뇌는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amygdala)의 활동을 안정화한다. 반면, 잠이 부족하면 작은 스트레스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집중력을 쉽게 잃는다.
불안을 줄이고 숙면을 돕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 전, 하루를 정리하는 ‘감사 일기’를 써보자. 하루 동안의 긍정적인 순간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완화된다. 또한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독서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심리적 안정이 집중력의 기본이다. 편안한 마음이 있어야 다음 날 깨어 있는 시간이 명료해진다.
우리는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면을 ‘기능’으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면은 신체가 스스로를 회복하는 ‘재생 시스템’이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손상된 세포가 복구된다. 그런데 수면이 부족하면? 신체는 다음 날에도 피로를 털어내지 못하고 낮 동안 무기력감과 집중력 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최적의 수면을 위해서는 체온 조절이 중요하다. 잠들기 전, 몸의 중심부 온도가 서서히 낮아질 때 뇌는 ‘이제 쉴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너무 더운 방에서는 숙면이 어려우므로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기 전 뜨거운 물로 샤워한 뒤 차가운 방으로 들어가면 체온이 빠르게 내려가 숙면을 유도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뇌를 많이 쓰면 피곤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몸을 덜 써서’ 피곤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운동학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수면의 질이 높고 낮 동안 집중력이 향상된다. 반면 신체 활동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가 올라가 수면을 방해하고 낮 동안 집중력도 떨어진다.
운동이 반드시 강도 높은 것일 필요는 없다. 낮 동안 3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melatonin) 분비가 증가한다. 특히 아침 햇볕을 받으며 운동하면 생체시계가 안정화되어 밤에 자연스럽게 졸음이 찾아온다. 규칙적인 운동은 낮 동안의 에너지를 높이고, 밤에는 깊은 수면을 돕는다. ‘운동하는 몸’이 ‘깨어 있는 뇌’를 만든다.
잠들기 전 우리는 종종 늦은 밤의 유혹을 만난다. 야식, 달콤한 디저트, 커피 한 잔. 하지만 이런 습관이 수면의 질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식품영양학적으로 볼 때 카페인과 고당분 음식은 신경계를 흥분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특히 카페인은 섭취 후 6시간 동안 몸속에서 활동하므로 오후 3시 이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수면을 돕는 음식이 있다. 바나나에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마그네슘과 수면 유도 호르몬인 트립토판(tryptophan)이 풍부하다. 따뜻한 우유 한 잔도 멜라토닌 생성을 촉진해 숙면을 돕는다.
음식은 깨어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잠드는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가 우리의 집중력을 결정한다." 늦은 밤의 과식과 자극적인 음식은 멀리하고 몸과 뇌가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돕는 음식을 선택하자.
역사를 돌아보면 가장 위대한 창조적 순간들은 깊은 수면 속에서 태어났다. 아인슈타인은 꿈에서 상대성 이론의 힌트를 얻었고 멘델은 잠에서 깨어나 유전 법칙의 실마리를 떠올렸다.
우리는 밤을 새워 더 많은 것을 배우려 하지만 사실 가장 좋은 학습법은 충분한 수면이다. 꿈꾸는 동안 뇌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깊은 잠을 자는 것은 깨어 있는 동안 더 나은 생각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우리는 종종 하루의 계획을 아침에 세우지만 진정한 준비는 ‘어떻게 잠들었는가’에서 시작된다. 깊이 자는 밤이 있어야 맑은 하루가 가능하다.
밤이 오면 하루를 정리하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자. 몸을 이완하고, 머릿속을 가볍게 만들자. 깊은 수면 속에서 뇌는 정리되고 감정은 차분해지며 신체는 회복된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더 또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좋은 하루는 좋은 밤에서 시작된다."
오늘 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잠들어 보자.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