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세상이 회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햇살은 예전처럼 따스하지만 피부에 닿는 온기조차 마음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이질적인 음악처럼 공허했고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우울은 슬픔보다 더 오래 머물고, 무겁고, 말이 없었다.
감정이 아니라 상태였다. 존재의 무게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나가는 것 같았다.
우울증은 감정이 아니라 질환이다.
이는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생물학적 사건이다.
그리고 시작은 뇌신경전달물질의 미묘한 불균형으로부터 비롯된다.
뇌 안에는 감정을 조율하는 세 가지 대표적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고 도파민은 기쁨과 보상을 관장하며 노르에피네프린은 활력을 주는 물질이다.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는 세 물질이 조화롭게 흐르지 않는다.
특히 세로토닌의 분비가 부족하거나 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지면 외부의 긍정적 자극에도 감정은 반응하지 않는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우울증은 자아의 붕괴를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우울을 ‘자신의 자아가 사랑했던 대상과 동일시되고 대상이 상실될 때 자아가 공격을 받는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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