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곰장어

불꽃 위를 걷는 맛

by 은파랑




바다는 저마다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중에서도 부산 기장 바다는 좀 특별하다.

동해의 날 선 바람이 남해의 온기를 만나는 경계

기장은 파도가 넘실대는 언덕 위 작은 어촌으로

바다를 품고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구석구석 배어 있는 고장이다.


기장의 밤

쨍한 불꽃이 튀는 포장마차 골목 한편에서

곰장어는 자신의 시간을 태우듯

지글지글

한 점 한 점 타오른다.


불 위에서 꿈틀대는 모습은

생동감 자체

살아 있는 식감의 전조다.


곰장어

검고 미끈한 몸통에 날카로운 생의 기운이 서린 어류

껍질은 벗기되 생명력은 고스란히 살아남는다.

고소하고 쫄깃한 육질은

기장 앞바다에서 거센 물살을 헤친 결과다.


그 위에 발라지는 양념은

고춧가루, 다진 마늘, 진간장, 매실액

그리고 한 줌의 불같은 정성

양념이 고기 속을 파고들며

입 안에서 “촤악” 터지는 매콤함이 된다.

“쫀득”한 식감은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하고

“화르륵” 불길 위에 구워지는 소리는

청각의 입맛을 깨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하필 곰장어인가


기장에는 오래전부터

고깃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갈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가까운 해안의 바위틈, 그늘진 모래밭에서

작고 미끈한 생선을 건져 올렸다.

고단한 하루 끝, 남은 건

매운 양념, 달군 석쇠, 그리고 함께 나눌 사람들

그렇게 시작된 곰장어 구이는

이젠 기장의 밤을 밝히는 별이 되었다.


먹는 이의 뺨엔 이내 땀이 맺히고

입안엔 알싸한 불이 돈다.

그러나 불은 아프지 않다.

오히려 허기와 허전함을 채워주는 온기다.

곰장어는 바다의 생명

땀의 맛

함께 불판을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다.


기장의 곰장어는

혼자 먹을 수 없다.

그 맛은 여럿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불 위에서 구워지는 건

장어만이 아니라

우리의 웃음, 우리의 저녁, 우리의 작은 인연들이다.


그러니 오늘 밤

기장에 있다면

지글지글한 불 앞에 앉으시라.

그리고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파도 소리마저 조용해질 것이다.


그건 맛이 아니다.

그건 기억이다.


은파랑




매거진의 이전글속초 오징어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