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위에 번지는 숨결
강원도 횡성은 깊은 산과 맑은 물이 만나는 자리다. 산허리를 감싸는 안개는 고요하게 흘러가고 계곡물은 유리처럼 반짝인다. 자연이 오랜 시간 빚어낸 이 땅에서 자란 소가 횡성 한우다.
횡성 한우는 불 위에 올려지는 순간부터 얘기를 시작한다. 지글지글, 치익 치익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 고기에서는 고소한 향이 퍼져 나온다.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들면 기름방울이 반짝이며 떨어지고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으며 육즙이 번져 나간다. 담백하면서도 은근한 단맛이 남아 여운을 길게 끌어낸다.
횡성 한우의 깊은 맛을 이루는 힘은 자연에 있다. 깨끗한 물과 신선한 풀을 먹고 자란 소가 만든 고기다. 곁들임은 단순하다. 굵은소금 한 꼬집, 고소하게 구운 마늘, 아삭한 상추와 된장. 소박한 구성은 고기의 본래 맛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횡성 한우의 맛은 부드럽고 곱다. 씹을 때마다 보드득 사르르 풀리듯 녹아내린다. 과하지 않은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 풍성한 육즙이 어우러져 한 편의 시가 천천히 낭독되는 듯 마음에 스며든다.
옛날 장터에서는 횡성 소가 가장 귀하게 여겨졌다. 먼 길을 걸어온 이들이 믿을 수 있는 소를 찾을 때 횡성의 이름이 먼저 불렸다. 명성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정직한 땅이 기른 정직한 맛이라는 말로 전해지고 있다. 횡성 한우를 맛보는 일은 자연이 오랜 시간 다듬어 만든 선물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작은 행복을 음미하는 순간이다. 숯불 위에서 오르는 불빛처럼 마음은 따뜻해지고 한 점 고기는 삶을 위로하는 언어가 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