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소금)

바람이 빚은 흰 시

by 은파랑




서해의 바람이 길게 눕고 햇살이 파도처럼 쏟아지는 곳, 신안은 바다와 갯벌이 서로를 안으며 살아온 섬들의 고향이다. 그곳에서 바다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커다란 밥상이다. 소금밭은 하늘과 바다가 만나 빛을 흩뿌리는 또 하나의 바다다. 하루의 햇살을 모아내고 바람의 결을 따라 흐르는 장대한 풍경이다.


신안의 천일염은 그냥 소금이라 부르기에는 아쉬운, 햇살과 바람 그리고 사람의 손끝이 함께 지은 음식이다. 맑은 바닷물은 작은 결정을 이루어 흰 비단처럼 땅 위에 내려앉는다. 바삭, 사각. 발끝으로 밟히는 흰 소금알은 바다가 남긴 빛의 파편 같다. 천일염은 바다와 땅 그리고 하늘이 공모한 식재료다. 햇살은 수분을 날리고 바람은 염도를 고르고 흙과 갯벌은 바닷물의 깊은 맛을 품어낸다. 한 톨의 소금 속에는 파도의 숨결, 해풍의 노래 그리고 사람들의 땀방울이 고요히 깃들어 있다. 혀끝에 닿으면 짭조름하면서도 둥글게 퍼지는 맛. “사르르” 녹아내리며 음식의 본 맛을 꺼내고 “아삭” 고소하게 채소를 감싸 안는다. 천일염의 맛은 깊고 부드러운 파도의 울림이다.


옛날, 바닷물이 넘실대던 갯벌 위에 사람들은 햇볕과 바람을 믿고 소금밭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하얀 소금 언덕 위에서 눈싸움처럼 소금을 던지며 놀았고 어른들은 눈부신 땀방울을 삶의 희망으로 갈무리했다. “바다를 가두고 하늘을 담는다.” 이 말은 신안 천일염의 역사이자 소금장인의 자부심이었다. 신안 천일염은 바다가 남긴 선물이고 음식의 맛을 일깨우는 작은 별빛이다. 국 한 그릇, 김치 한 포기, 생선 한 점에도 천일염이 스며들면 일상의 밥상이 더 깊어지고 따뜻해진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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