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장면을 기다렸다. 바람이 멈추고 빛이 한쪽으로 기울고 마음과 장면이 한 점에서 겹치는 찰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을 내 삶에서도 포착하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임을 줄이고 손떨림을 다독이고 기회가 오면 셔터를 눌렀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결정적 순간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며 겹겹이 남는다는 것을. 계산대로 오는 장면보다 어긋난 프레임에 들어온 웃음과 한숨, 비스듬한 그림자와 흔들린 표정이 더 진실했다. 사랑의 말은 절정에서보다 설거지 소리 사이에 있었고 슬픔은 장례식장보다 돌아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더 또렷했다. 기념일보다 평일, 박수보다 여운, 마침표보다 줄 바꿈이 컸다.
카메라는 사건을 닫지만 삶은 자꾸 열렸다. 초점은 대상보다 내 쪽을 향했고 노출은 빛의 양이 아니라 마음의 용량을 가늠했다. 기다렸던 ‘한 순간’은 오지 않았고 대신 매 순간이 나를 지나갔다. 그때 알았다. 내가 찾던 결정성은 드문 찰나의 특성이 아니라 계속 흘러가는 삶의 태도였다는 것을. 보는 법, 머무는 법, 놓치는 것까지 품는 법.
이제 덜 겨룬다. 장면을 조작하기보다 다가오는 우연을 맞아들이고 흔들린 사진을 버리기보다 떨림의 의미를 읽는다. 한 장의 완벽보다 수십 장의 불완벽이 모여 만든 진실을 믿는다. 기록은 선택이지만 살아냄은 전부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