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묵직한 한 점
장생포의 바다는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파도는 조용히 밀려오지만 안에는 쉽게 꺼내지지 않는 시간이 쌓여 있다. 한때 이곳은 고래로 기억되던 항구였다. 기억은 지금도 남아 사람들의 식탁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온다.
고래고기는 낯설다. 색은 짙고 결은 단단하다. 한 점을 입에 넣으면 묵직하게 퍼지는 육향, 소고기와도 닮았지만 어딘가 더 깊고 바다의 기운이 스며 있다. 살은 쫀득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고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올라온다. 수육으로 먹으면 담백, 회로 먹으면 차분하게 결이 더 또렷해진다. 자극적인 양념보다, 소금이나 기름장으로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음식은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남는다.
고래고기 안에는 긴 시간과 넓은 바다가 담겨 있다. 부위에 따라 식감과 맛이 달라 한 접시 안에서도 여러 결을 경험할 수 있다. 지방이 많은 부위는 부드럽고 살코기 부위는 더 단단하고 깊은 맛을 낸다. 이 음식은 화려한 조리보다 재료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장생포는 과거 포경 산업의 중심지였다 그 시절의 기억은 이 음식과 함께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고래는 보호의 대상이 되었고 고래고기 역시 엄격한 규제 아래에서만 유통된다.
그래서 이 음식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상징이 되었다.
장생포의 고래고기는 쉽고 가볍게 말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안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한 점을 씹는 동안 우리는 단순한 맛을 넘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음식은 말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지만 방식은 변해야 한다. 장생포의 고래고기는 그렇게 남는다. 조용히 그리고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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