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음식은 말이 적다. 짙은 간과 깊은 국물 그리고 묵묵한 손맛이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한 숟갈이면 충분히 전해지는 것들이 있다. 뜨겁게 끓는 국밥 위로 김이 오르면 그 안에는 하루를 버텨낸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오른다. 후욱하고 들이마시는 국물 한 모금,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풀린다.
바닷가에서는 짭조름한 바람이 음식이 된다. 과메기는 바람을 먹고, 멸치는 햇빛을 품고 모든 것은 결국 한 입의 기억으로 남는다. 내륙으로 들어오면 맛은 더 단단해진다. 된장의 깊이, 마늘의 강함, 고기의 묵직함이다. 이곳의 음식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씹을수록 더 또렷해지고 먹을수록 더 남는다. 경상도의 밥상은 크지 않다.
하지만 비어 있지도 않다. 필요한 것만 놓여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채워진다. 그래서 이 음식들은 말이 없다. 대신 오래 남는다. 한 번 스친 맛이 아니라 문득 떠오르는 기억으로 마음에 남는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