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돈과 함께 살아간다. 그것은 손에 쥔 지폐나 숫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돈은 삶의 일부다. 때론 우리의 선택을, 때론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이끌어간다. 돈은 가슴 깊숙이 자리 잡고, 희망과 두려움, 만족과 결핍을 함께 품고 있다.
돈이 많을 때 당당해진다. 어깨를 편다. 세상이 좀 더 가까이 느껴진다.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우리는 더 따뜻해진다. 하지만 돈이 우리 안에서 정의되기 시작하면 나를 거울에 비추어 보며 자꾸 비교하게 된다. 누군가의 부유함이 나의 결핍으로 느껴진다. 작은 차이가 커다란 벽처럼 가슴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돈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은 본능을 자극한다. 우리는 잃는 것에 너무 예민하다. 소중한 것을 놓치는 순간의 아픔은 새로운 것을 얻는 기쁨보다 더 크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돈이 부족할 때는 온 세상이 무너질 듯한 무거운 짐처럼 다가온다. 잃는다는 것은 자존감의 상처이고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감으로 다가온다.
돈은 인간관계마저 바꿔놓는다. 친절한 미소 뒤에 숨겨진 돈에 대한 욕망이 관계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돈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선택이 언제나 행복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착은 돈이 주는 자유를 잃게 만든다. 시간이 돈으로 치환될 때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돈이 권력을 주기도 하고 때론 그것이 도덕성을 시험하기도 한다. 돈이 많을수록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느껴지지만 자유는 가끔 이기심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돈이 있을 때 세상을 돕고 타인을 위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힘은 곧 인간다움을 되찾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돈이 주는 행복은 분명 존재한다. 필요한 만큼의 돈이 있으면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꼭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돈이 주는 자유와 안정이 모든 꿈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너머에 있는 삶의 가치 그리고 사랑과 인간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돈은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돈은 자체로 아무런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그를 둘러싼 우리의 마음과 욕망이 돈에 의미를 부여한다. 의미가 선택과 행동을 이끌어간다. 선택이 우리를 더 따뜻하게 만들 수도 더 외롭게 만들 수도 있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도구일까, 아니면 두려워하는 상실을 막기 위한 방패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닌 다른 무엇이 삶의 진정한 무게를 결정짓는지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은파랑